기세 좋게 상승하던 한국 증시가 기관 투자자들의 지속적 매도로 주춤거리고 있다. 코스피가 오랜 박스권 상단인 2050p을 뚫고 2100p선에 안착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주식형펀드는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관련 펀드에서 연초이후 빠져나간 자금만 무려 9조원에 육박한다. 지난달만해도 2조6664억 원의 자금이 순유출 되었고, 4월 1일부터 27일까지 거래일 기준으로 무려 19거래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자금이 빠져나갔다.
개인들의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투자신탁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환매요구는 곧 시장매도로 이어진다. 개별펀드를 중심으로 둘러봐도 국내에 출시된 국내 주식형펀드 중 올해 1000억 원 이상 자금이 들어온 것은 `메리츠코리아증권투자신탁 1[주식]`이 유일하다.
지수대별 환매 대기물량과 수급구조를 연계한 분석가들의 시장전망이 무의미해지는 대목이다. 모처럼 초저금리와 글로벌 상승분위기라는 호재에 힘입어 펀드시장의 활기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실망 또한 커지고 있다.
“매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듯, 연초이후 8조원에 이르는 외국인의 순매수도 기관의 줄기찬 매도 포지션에 상승탄력을 잃고 있다. 결국 향후 국내증시의 추세적 상승은 국내주식형펀드의 수급안정이 선결요건이다.
‘마거릿 대처’가 고통스러운 영국의 사회주의 병을 고치고 구조 개혁에 성공했듯이 주식형펀드시장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상처 입고 위축된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을 달래야 할 것이다.
투자손실과 시장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된 부정적 시각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부분이 아니다. 막연한 긍정적 전망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이 자리를 빌려 여러 번 언급했듯이 공급자 위주의 펀드시장구조를 시급히 수요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정책당국, 판매채널, 관련업체는 이점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대안 마련을 해야 할 것이다. 도입의 필요성을 함께 공감하면서도 실천되지 않고 있는 IFA(독립투자자문업자)제도나 공모펀드의 성과보수제와 같은 수요자 중심의 방안들이 실천되어야 한다.
진정성 있는 투자자 중심의 방안들이 마련되고, 이들이 투자자들의 눈앞에서 가시화될 때 흩어졌던 투심은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펀드상품에 대한 투자자교육도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판매회사, 공익적 단체 중심의 천편일률적 위험회피성 교육으로는 까다로워진 투자자의 입맛을 맞추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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