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독이 든 성배, 내츄럴엔도텍 '무상증자'

입력 2015-05-15 06:22   수정 2015-05-15 13:41

인디아나존스라는 영화의 3번째 시리즈를 보면 예수가 최후에 만찬에 사용했던 성배(포도주 잔)를 찾아 나선 주인공이 온 갖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그려진다. 쫓고 쫓기고 하는 과정에 성배를 찾아 손에 넣으면 온갖 시련이 찾아온다.

최근 내츄럴엔도텍 사태를 보며 이들이 두 차례나 진행한 무상증자에 오래전 봤던 영화 속 성배가 떠오른 건 왜 일까?

무상증자는 주식시장에 호재성 재료다.
보통 무상증자가 발표되면 해당 기업의 주가는 강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내츄럴엔도텍도 그랬다.
지난 2013년 12월과 다음해 7월 두 차례의 무상증자가 발표되자 당일은 물론 다음거래일 또는 전거래일 주가는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상증자가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는 이유는 상장사들이 주주들에게 자신들의 이익을 나누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무상증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배당(현금·주식)이 상장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고, 회계 처리상 배당과 무상증자를 시행하기 위한 재원의 주머니(계정)가 다르긴 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둘 다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특히 무상증자의 경우 배당보다 주당 배정율에 따라 그 규모가 훨씬 크고 회사 영업상황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행위라는 점에서 시장에서 훨씬 반응이 큰 것 같다.
사실 증권부 기자지만 연일 승승장구하는 내츄럴엔도텍을 그간 속속들이 들여다보지 못 했다. 그냥 백수오를 활용해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잘나가는 기업정도로 알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가짜 백수오파동이 일고 불공정거래와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서 가짜 백수오 논란은 별개로 하더라도 증권부 기자로서 몇가지 궁금증들이 생겼다.

<궁금증1> 상장사 중 1년새 이렇게 무상증자를 두 차례 이상 실시 한 사례가 또 있을까?

한국거래소에 자료를 요청해 보니 지난 2005년 이후 무상증자를 2번 이상 진행한 코스닥 상장사는 내츄럴엔도텍을 포함해 총 74개사 였다. 그 중 1년 사이에 두 차례 이상 무상증자를 한 곳은 15곳. 또 상장 이후 1년 새 무상증자를 두 번 이상 진행한 곳은 내츄럴엔도텍을 제외하면 2개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6월과 8월 두 차례의 무상증자를 진행한 슈프리마의 경우 100% 비율로 첫번째 무상증자를 진행한 이후 두번째 무상증자는 400억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차원의 소액 무상증자를 병행한 경우고, 2009년 11월과 다음해 10월에 무상증자를 했던 아이엠은 두차례 모두 1주당 0.3주를 배정하는 소폭의 무상증자였다는 점에서 내츄럴엔도텍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다시말해 최근 10년 간 상장 후 1년새 이렇게 대규모로 무상증자를 두 차례나 실시한 기업은 내츄럴엔도텍이 유일하다는 얘기다.

<궁금증2>내츄럴엔도텍의 무상증자는 정말 주주들에게 득이되는 행위였을까?
앞서 언급한대로 무상증자가 발표되면 주식시장은 대체로 강한 긍정 반응으로 화답한다. 공짜로 주식을 준다는 데 주주들이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상으로 받은 주식을 바로 시장에 내다 팔았다면 실제 돈도 챙겼을테고 말이다. 하지만 사실 무상증자의 이면은 증가하는 주식수 즉 물량 증가에 있다. <표1>은 내츄럴엔도텍의 상장 직후와 지난해 말 발행주식 수를 비교한 것이다. 상장 당시 527만여주였던 발행주식수가 두 차례의 무상증자를 통해 1년만에 1933만4천여주로 늘었다. 3.6배나 증가한 것이다.


<표1. 내츄럴엔도텍 발행주식수, 내츄럴엔도텍 사업보고서 발췌>

주식시장에서 물량의 증가는 주가의 희석 요소로 작용한다. 물론 기업가치가 지속해서 올라간다면 이런 주가 희석요소의 힘은 크게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무상증자를 진행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재무적으로 튼튼한 기업인데다 무상증자 직후 권리락으로 인해 주가가 낮아지면 도리어 주가를 싸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로 작용하기도 한다. 내츄럴엔도텍도 무상증자 당시 이런 물량 증가가 딱히 주가를 희석해 내지 못 했다. 회사의 성장 가치가 주가의 희석 요소보다 강력하다고 시장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짜 백수오 파동이 일어나고 회사의 핵심 성장가치가 훼손되자 무상증자의 이면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팔자 물량은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져 있음에도 1천만주 이상의 잔량을 쌓으며 연일 주가를 추락시키고 있다.


또 하나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두번의 무상증자로 주식수가 크게 늘어나며 자신들이 정관상에 정해놓은 발행할 주식총수를 거의 다 채웠다는 것이다. 내츄럴엔도텍의 발행할 주식의 총수는 현재 2,000만주로 돼 있다. 물론 발행할 주식수는 정관변경을 하면 얼마든지 더 늘릴 수 있다. 정관의 변경은 원칙적으로 자유지만 주식회사는 정관변경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엄격한 법적절차를 밟도록 상법상에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관변경을 하려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즉 발행주식 총수의 과반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의 출석으로 그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의해야한다.(상법 434조 ①)

내츄럴엔도텍은 잘나가던 회사였다. IPO의 성공으로 2013년말 기준으로 자본잉여금을 233억원이나 회사에 쌓아뒀고, 현금성 자산도 390억원이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년간 무상증자로 자본잉여금은 165억원으로 줄었고, 부동산 투자 등으로 현금성 자산도 151억원으로 축소됐다. 영업환경은 이번 가짜 백수오파동으로 크게 악화된 상태다. 제품 환불에 백수오 원재료 폐기는 물론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백수오관련 제품의 올해 매출은 크게 줄 것이다. 소비자들은 줄 소송을 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 상장사의 가장 큰 잇점인 비용없는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즉 증자를 발행할 주식 한도에 막혀 쉽사리 할 수 없다는 것은 어쩌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결국 이 또한 무상증자의 후유증으로 얘기해도 되지 않을까.


<표2.내츄럴엔도텍 현금성자산 및 유형자산, 내츄럴엔도텍 사업보고서 발췌>



<궁금증3>그렇다면 내츄럴엔도텍의 무상증자는 누구를 위한 정책이었을까?

무상증자는 대주주나 소액주주나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물론 주식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혜택을 받겠지만 1주당 배정되는 주식이 같다는 면에서 평등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내츄럴엔도텍의 무상증자는 한 가지가 더 숨어있는 혜택이 있었다. 이 혜택은 내츄럴엔도텍의 대주주와 그의 특수관계인들에게만 주어진 혜택이다. 그 혜택은 바로 보호예수의 봉인을 일부 해제하는 것이다. 실제로 내츄럴엔도텍의 김재수 대표이사를 비롯해 그의 특수관수관계인과 회사 임원들은 자신들의 지분에 보호예수가 1년이 걸려있었지만 상장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지분을 장내외에서 팔아 꽤 큰 차익을 챙겼다.

<표3. 김재수 내츄럴엔도텍 대표 지분매도 공시 일부, 내츄럴엔도텍 공시 발췌>

<표3>은 지난해 5월8일 김재수 내츄럴엔도텍 대표가 장외에서 지분을 매도한 내역을 공시한 내용 중 일부다. 7만주를 6만1,330원에 팔았으니 매각 대금만 43억원이나 된다. 보호예수는 보통 상장시점에 대주주들과 주요주주들이 투자자들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 일정 기간동안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제도다. 일종의 투자자 보호장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내츄럴엔도텍의 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은 상장 후 6개월이 지나면 무상증자를 통해 얻은 주식은 보호예수 제도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규정을 근거로 지분 일부를 팔았다.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주주들 입장에서는 약간의 배신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아닐까? 더구나 내츄럴엔도텍이 2013년 10월에 상장했으니 김재수 대표의 지분 매각은 딱 상장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궁금증4.> 내츄럴엔도텍은 왜 임원들의 주식매각 대금으로 직원들의 숙소를 마련할까?

김재수 대표이사 외에도 내츄럴엔도텍 임원들의 주식매각은 수 차례 아니 수십 차례나 있었다. 더구나 소비자원의 백수오 원료 조사가 진행되고 결과가 발표되는 사이 일부 임원들의 지분 매각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의심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회사가 내놓은 해명자료는 기자 아니 상식적인 관점에서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내츄럴엔도텍은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지난해부터 회사 복지제도의 하나로 미혼 직원 숙소를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숙소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 수단으로 임원들의 주식을 매각해 복지기금에 출연했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숙소를 짓는데 임원들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 재원을 댄다니 이 보다 좋은 회사가 있을까? 필자는 대주주 등 회사의 오너가 종종 이런 행위를 하는 사례는 봤지만 회사 임원들이 이렇게 뜻 깊은 일을 하는 사례는 본적이 없다. 이들의 진정성을 더럽히고자 하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 회사라면 회삿 돈을 활용해 직원들의 복지재원을 마련하지 않았을까? 또 정히 회사 주식을 활용해 복지재원을 마련코자 했다면 굳이 매각하지 않더라도 임원들의 주식 일부를 복지재원으로 출연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금을 빌리거나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아래 <표4>는 내츄럴엔도텍이 지난해 공시한 사업보고서 중 직원현황 부분을 빼 온 것이다. 이 것만 가지고 회사의 전체 분위기를 속단 할 순 없지만 남여 직원의 근속 연수가 모두 1년 이하다. 임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가며 사원들의 복지까지 신경쓰는 회사와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근속 연수다.


<표4. 내츄럴엔도텍 직원 현황, 사업보고서 발췌>

대주주도 아닌 임원들은 왜 회사측의 이런 제안 아니 스스로 이런 행동을 했을까? 자신들의 주식매각 차익이 생각보다 과도하다는 생각을 본인들이 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자신들의 주식매각이 향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음을 직감하고 미리 안전장치를 두려했던 것은 아닐까?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파동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금감원 등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와 관련된 조사를 하고 있다. 주가도 여전히 패닉상황이다.
이번 내츄럴엔도텍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식에 직접 투자한 투자자는 물론 백수오 제품을 산 소비자, 여기에 연기금들도 투자해 손해를 봤다니 국민연금 등에 가입돼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도 이번 사태의 직간접 피해자가 돼 버렸다. 또 오랜만에 주목을 받고 사상최고치를 돌파해 승승장구 하던 코스닥 시장에도 심각한 타격을 줬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의혹도 커지고 2,3차 피해도 확산된다. 검찰과 금감원이 보다 빠른 조사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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