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선 대한의사협회 사회참여이사(국립중앙의료원 병리과)는 8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제작한 응급의약품 키트 1000개 중 1차분 500개를 네팔행 비행기에 싣고 떠났다. 안 이사는 직접 네팔 방문 뒤 12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지 상황을 전했다.
안 이사에 따르면 네팔 현지에 의료진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차로 가기 힘든 산간 벽지에 마을이 많은 현지 특성상 의약품 공급이 쉽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오지 곳곳에 부락을 형성해 모여 사는 형태인데, 이러한 마을로 통하는 길마저도 지진으로 엉망이 돼 구호 활동이 쉽지 않다.
안 이사 또한 "10일 티벳과의 국경에 위치한 산꼭대기 깨르라티게에 가는 도중 갑작스런 폭우까지 내려 차가 진흙에 빠져 나오지 못하면서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경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선발대에 장기간 네팔에서 의료봉사를 해온 권현옥 원장과 조혜인 경남의사회 과장 등이 안 이사에게 도움을 주었다.
네팔에 관료들의 문제가 많다는 것도 문제이다. 관료들이 의약품을 받으면 팔아서 자기 배를 불리는 일이 흔하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대한의사협회 측에서도 네팔 정부에 응급키트를 넘기지 않고 직접 곳곳을 찾아다니며 전달했다. 중국 정부 또한 네팔에 보낸 구호품을 대사관 앞에서 승려들을 통해 주민들에게 나눠주도록 하고 있다.
현지에 의약품이 든 응급키트는 부족하지만 의료진이 많다는 사실을 네팔 외에서는 잘 모른다. 안 이사는 "응급키트를 준비한 것은 선발대가 먼저 현지에 가 의료진은 넘친다는 보고를 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현지에 도착해 보니 의료진 보다 의약품이 훨씬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의료진이 충분해 그런 것도 있지만 현지 의사가 현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는 각 나라마다 기후와 풍토가 달라 그 지역에 맞는 치료법이 있기 때문이다.
안 이사는 "이번 네팔 대지진으로 인한 의료 지원에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사가 나선 곳은 다름아닌 한국"이라고 뿌듯함을 보이면서도 "하지만 다양한 기관·단체·모임에서 떠난 의료봉사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부분이 매우 아쉬웠다. 한 곳에서 의료 지원이 필요한 곳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적절히 분배할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인 의료지원이 될 것으로 생각되고, 그 역할을 대한의사협회가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또한 "대한의사협회가 외교부·복지부 등과 연계해사전 행정 지원을 한다거나 현지 짐관리·숙소 등을 맡는다면 현지로 떠나는 봉사단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향후의 보완책을 내놓았다.
마지막으로 안 이사는 "이번 네팔 의료지원으로 응급키트가 매우 효율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며 "응급키트에 들어갈 의약품을 표준화해 정리해 놓으면 재난 발생 시 더욱 빠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하기도 했다.(사진=의협)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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