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비적일 수는 있다. 그러나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사진 = FC 서울)
충격적인 패배였다. 어젯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있었던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FC 서울이 감바 오사카에게 1-3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서울은 오사카 원정에서 세 골 차 이상으로 승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소극적인 전술이 패인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김동우와 김남춘, 이웅희를 스리백에 두고 김치우와 차두리를 양쪽 윙백에 배치하는 3-5-2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공격력을 강화해 원정 팀의 골문을 열겠다기보다는 수비를 탄탄히 하고 역습과 세트 피스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었다.
전반전까지는 최용수 감독의 생각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서울은 박용우와 고명진, 고요한이 성실하게 수비에 가담하며 중앙에 틈을 내주지 않았고, 우려와 달리 김동우와 김남춘, 이웅희도 집중력 있는 수비로 감바의 측면 크로스를 차단했다. 전체적으로 감바에게 주도권을 내준 흐름이었으나, 페널티 박스 안에 많은 숫자를 두고 수비에 치중한 덕분에 한 골 싸움으로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 서울은 결국 감바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선 수비 후 역습 전술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강한 수비 조직력과 날카로운 역습, 정교한 세트 피스 능력이 필요했지만, 서울에게서는 그 무엇도 찾아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선 수비적인 면에서 서울은 압박 능력이 너무 부족했다. 서울의 수비는 라인을 내리고 수비 진영에 최대한 많은 숫자를 배치하는 형태였을 뿐, 감바의 공격 전개와 기회 창출을 어렵게 만들겠다는 의식이 부족했다. 이렇다 보니 감바의 미드필더들은 거의 방해를 받지 않고 볼을 잡고, 드리블하고, 패스를 찔러줄 수 있었고, 서울 수비수들은 감바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뒤늦게 따라가는 수세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압박 능력의 부족은 역습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강한 압박은 상대의 공격을 방해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상대가 공격으로 나오는 타이밍에 볼을 빼앗음으로써 역습의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서울은 압박으로 볼을 빼앗기보다는 자신의 위치를 지키면서 슈팅을 막는 수동적인 수비 전략을 취했고, 이는 역습 능력의 저하로 연결됐다. 공격 상황에서의 정교하지 못한 플레이가 약점으로 지적되는 서울이 공격 속도마저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골을 넣을 수 있는 방법은 ‘행운’에 기대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수비에 중점을 두는 경기를 펼치는 것이 꼭 소극적인 경기를 펼친다는 뜻은 아니다. 수비 라인을 내리고 공격에 많은 숫자를 투입하지 않더라도 강한 압박과 날카로운 역습으로 무장하고 있으면 얼마든지 능동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압박이 없었던 어제 경기에서의 서울은 능동적인 수비 자체가 불가능했고, 원정 팀에게 주도권을 허용한 끝에 완패를 당했다. 서울이 오사카에서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내려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적극성과 공격성을 잃지 않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