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만 할 수 있었던 외환송금이 증권·보험사는 물론 핀테크 업체를 통해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외국인 체류자, 해외 유학생 등 주요 고객층이 180만명 이상인 외환송금 시장 문호가 활짝 열리는 셈이다.
경쟁업체가 많아지는 만큼 송금 수수료가 크게 낮아지고 절차 또한 간편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외환송금을 포함해 그동안 은행에만 허용했던 외환업무 상당 부분을 비은행권에 개방하는 등 외환거래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소액의 외화 송금·수취 업무를 하는 `외환송금업` 도입을 검토 중이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외환송금은 은행의 고유 업무다. 이 법을 고쳐 `외환송금업` 면허를 취득하는 사업자라면 누구나 관련 영업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핀테크 업체가 외환송금업자가 되면 카카오톡·라인 등 모바일앱을 이용해 집이나 직장에서 간편하게 외국으로 돈을 보낼 수 있다.
해외에선 이미 트랜스퍼와이즈·커런시페어 등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도 외환송금을 하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10만원을 보내려는 사람과 미국에서 한국으로 같은 액수를 보내려는 사람을 연결하는 `P2P(개인 대 개인)` 방식도 도입됐다.
그러나 국내법에서는 금융회사만 외국환업무를 할 수 있어 핀테크 업체들의 활동이 막혀 있었다.
외환송금 문호 개방으로 가장 기대되는 효과는 송금 수수료 인하다.
국내 은행에서 외화송금을 하려면 은행과 중개은행 수수료를 내야하고 상대방이 돈을 찾을 때 해외 현지은행 수수료를 또 내야 한다. 보통 100만원을 해외 송금하면 수수료가 5만원 정도 든다.
은행을 최소 3곳 이상 거치다 보니 이체가 완료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3일가량 걸렸다.
국내 영업을 준비하는 핀테크 업체들은 외화송금 서비스 수수료를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전략에 위기의식을 느낀 은행도 수수료를 덩달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외환송금업자의 송금 범위를 개인 간 소액거래로 제한할 전망이다.
기업 거래로까지 범위를 넓히면 송금 규모가 지나치게 커져 `환치기` 우려가 있고 소액 거래 수요가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외환송금 수요자는 이주노동자·결혼이민자 등 체류 외국인 158만명(2013년 기준)과 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 22만명(2014년 기준) 등 180만명 이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액 외환송금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정할지 논의 중"이라며 "일본은 2010년 법을 개정해 송금업자가 건당 100만엔(약 900만원)까지 외환송금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자지급 결제대행업자(PG)에 대해 외국환업무를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 관광객이 국내에서 물건을 살 때 중국 최대 온라인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이용,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내국인이 외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도 PG사를 통해 외화로 물건값을 치를 수 있게 된다. `직구`와 `역(逆)직구` 모두가 한층 간편해진다는 뜻이다.
정부는 외화거래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불법거래를 걸러내기 위한 감시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 송금 수수료 절감, 절차 간소화 등 규제 완화의 장점이 있지만 자금 세탁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며 "규제를 푸는 대신 외화 자금 모니터링를 강화하고 규정 위반 시 제재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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