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화장품 기업들이 최근 인도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철저한 준비를 통한 현지화 전략의 중요성이 대두되어 관심을 모은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최근 `ASIA Cosmetics Focus` 4호를 통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인도에 진출한 화장품 기업들이 잇달아 인도에 적합한 상품을 별도로 개발해 신제품으로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 시장에서 현지화의 중요성을 앞서 파악한 대표적인 기업은 유니레버(Unilever)로, 유니레버의 인도 법인인 힌두스탄 유니레버(Hindustan Unilever)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인도 생활필수품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이 기업은 인도의 소득수준과 취약한 유통 시스템을 고려해 인도 소비자에게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소용량 저가 제품과 세탁 겸용 세수 비누가 성공적인 예다.
위기도 있었다. 인도의 대표적인 화이트닝 화장품 브랜드인 패어앤러블리(Fair&Lovely)의 광고는 여성 비하와 신분 제도 조장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화장품 고세(Kose)의 경우도 이미 아시아 시장에 출시한 기존 제품이 아닌 인도 시장에 걸맞은 새로운 스킨케어 브랜드를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고세는 인도 현지 법인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 스파웨이크(spawake)의 출시를 알리며 현지도시 중심가와 온라인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또한 고세는 인도 화장품시장의 90%가 유통되는 매스마켓 중에서도 고품질에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겸비한 제품 시장인 프리미엄 매스마켓이 새로운 유망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고세는 인도의 프리미엄 매스마켓을 공략하기 위해 우수한 품질과 고급스러운 패키징으로 신제품을 출시했다.
과거 자사 제품에 대한 높은 자부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시 기존 브랜드와 제품라인을 고수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고세의 이번 행보가 인도 화장품 시장에서 제품의 현지화가 가지는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매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인도의 데오도란트 시장에 진출한 니베아(Nivea) 역시 인도 시장에서 탤컴 파우더(Talcum Powder)가 전통적으로 수요가 높다는 점에 착안하여 파우더형 데오도란트 `Whitening Talc Touch Deodorant`를 인도 시장에 출시했다.
한국에서 탤컴 파우더는 아기 피부가 트는 것을 방지하는데 사용하는 베이비 파우더로 알려져 있지만, 인도에서는 유아용 외에 성인용으로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도 화장품 HS코드에는 탤컴 파우더가 따로 분류되어 있을 정도다.
이와 함께 인도 시장에서는 할랄 화장품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는 힌두교 국가이지만 전체 인구의 14%인 약 1억 7,000만명이 이슬람교도로 세계에서 인도네시아에 이어 무슬림의 수가 가장 많은 국가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화장품과 식품 산업에서는 `할랄(Halal)` 인증에 대한 니즈가 높은 상황이다. 최근 인도에서 현지 브랜드로는 최초로 아이바(Iba)가 출시 2년 만에 인도 할랄기관 `Halal India`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약 60여개의 제품으로 구성된 아이바(Iba)는 콜라겐, 케라틴, 젤라틴 등의 동물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무슬림 여성들이 성분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할랄 인증 화장품이 무슬림 소비자에게만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할랄 인증을 통해 제품의 안전성을 증명하게 되면서 천연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관심도 받고 있다. 실제로 아이바(Iba)의 CEO인 Teli는 아이바(Iba) 제품 구매자의 35%가 무슬림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아직 인도 할랄 화장품 시장은 걸음마 단계에 있지만, 거대한 인도 시장에서 주목할 틈새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인도 시장은 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이 필요한 시장으로 시장 진출에 앞서 높은 잠재력을 가진 수요 시장과 타깃 소비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