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금융위기때보다 지금이 더 어려워"

최근 현대·기아차가 엔저 등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고전,내부에 비상이 걸렸다.

엔저와 유로화 약세, 신흥시장 화폐가치 급락 등 대외환경이 현대·기아차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는데다

국내에서는 수입차 공세에 밀려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등 안팎으로 악재가 겹치고 있는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금의 대외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

과거 금융위기 때는 글로벌 업체 대부분이 같은 처지였지만 지금은 현대·기아차에 유독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화와 유로화 약세로 일본과 유럽의 자동차업체들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파상 공세를 펼치며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반면 브릭스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양적 성장을 추구해온 현대·기아차는 러시아 루블화와 브라질 헤알화 등의 가치 폭락에 직격탄을 맞아

이들 지역에서는 차를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고 있고 시장 지배력을 지키기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상황 역시 좋지 않아 현대차의 5월 내수 판매량은 작년 5월보다 8.2%나 줄었다.

아차는 10.4% 늘었지만, 지난해 6월 카니발이 출시되기 전까지 판매 실적이 워낙 부진한데 따른 기저효과다.

특히 현대차는 오는 9월 신형 아반떼가 나올 때까지 `신차 보릿고개`를 넘어야 해 당분간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레저용 차량(RV)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투싼을 제외하면 마땅히 내세울 RV 모델이 없는 것도 고민거리고

주력 차종인 싼타페는 모델 노후화 영향으로 지난달 판매량이 작년 5월보다 무려 26.3%나 급감했다.

2일 현대차의 주가가 전날보다 10.36% 급락한 13만8,500원을 기록한 것도

현대차의 대내외 상황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임원들에게 연일 주문의 강도를 높이며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현재의 대외상황은 개별 기업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스스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럴 때일 수록 신발끈을 조여매고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