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D-2…이주열의 딜레마

입력 2015-06-09 17:17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연 1.75% 사상 최저 수준입니다. 한은은 지금의 금리수준이 실물 경제 회복세를 지원하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연일 기준금리 인하에 배팅하던 채권시장도 3월 금리 인하 이후 한동안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각종 경제지표들이 한은의 예상과는 달리 침체된 모습을 보인 겁니다.

물가 상승압력이 완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초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할 경우 사실상 마이너스를 나타내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또 엔저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은 5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각종 경제연구기관들은 수출 부진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까지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메르스 여파로 내수까지 침체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그나마 살아나던 소비심리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메르스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동결론도 만만찮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계부채 때문입니다. 오늘 한은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4월 가계부채는 한 달 사이에 10조원 넘게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로 탄력을 받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멈출 줄 모르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도 금리 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빠르면 오는 9월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자본들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금리를 내려서 시중에 아무리 많은 돈을 풀어도 실물경제로 돈이 흐르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도 문젭니다. ‘돈맥경화’가 심화된 상태에서 금리의 경기조절 기능이 상실되는 ‘유동성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커진 상황입니다.

금리 인하와 동결, 두 가지 상황을 놓고 통화 당국의 결정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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