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기훈은 2008년 2월 23일 동아시아선수권 일본전 이후 7년 108일 만에 A매치 득점을 기록하며 대표팀의 개인 최장기간 공백 후 득점 기록을 세웠다.(사진 = 대한축구협회)
역시 명장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그가 꾸준히 지켜보며 믿었던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해줬다. 골잡이에 대한 고민도 시원한 골 잔치로 대답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11일 오후 6시 20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근 샤 알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와의 평가전에서 3-0의 완승을 거두고 월드컵 예선이 열리는 태국 방콕으로 넘어갔다.
근래에 보기 드문 성과물들이 눈에 띄는 평가전이었다. 우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골잡이에게 자신감을 선물해줬다.
그 주인공은 이용재였다. 그는 현재 일본 프로축구 2부리그(J2리그) V바렌 나가사키에서 뛰고 있는데, 일부 축구팬들이 1부리그의 실력자들을 내버려두고 2부리그 선수를 선발한 것에 대해 제기한 의문을 날려버릴 수 있는 결과여서 더욱 의미있게 받아들여졌다.
이용재는 전반전에 두 차례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먼저 잡은 기회는 상대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상황이었기에 누가 봐도 이른 시간에 선취골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 센터백 수준은 그리 하수가 아니었다. 이용재의 슛 타이밍보다 빠르게 공을 걷어내는 슬라이딩 태클 신공을 자랑한 것이다.
그는 이후에도 오른쪽 풀백 정동호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받아 기막히게 방향을 바꾸는 발리슛으로 골을 노렸지만 상대 골키퍼 칼리드 에이사의 슈퍼 세이브에 혀를 내둘렀다. 이대로 후반전에는 교체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밀려왔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은 이용재를 춤추게 했다. 60분, 김진수의 롱 스로인을 받은 이용재가 멋진 트래핑 실력을 자랑하며 상대 수비수 둘을 따돌렸다. 이어진 오른발 마무리는 너무나 쉬워보였다. 그의 이 추가골 덕분에 슈틸리케호는 기분 좋은 완승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용재 말고도 또 한 명의 2부리그 소속 선수가 활짝 웃었다. 바로 K리그 챌린지 상주 상무의 골잡이 이정협이다. 이미 그는 슈틸리케호의 황태자가 될 충분한 자질을 보여온 선수다. 비록 이 경기에서 뛴 시간은 30분 정도였지만 종료 직전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정동호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받아 밀어넣기로 쐐기골을 만들었다. 쉬워보여도 더도 덜도 말고 바로 그 자리에 빠져들어갈 수 있는 타이밍과 위치 선정 능력이 탁월했다.
이밖에도 슈틸리케 감독이 믿었던 K리거 들이 역시 준비된 자들의 위용을 맘껏 자랑했다. K리그 클래식 1위 팀 전북의 중심 이재성은 언제 어디서나 돋보였고 K리그 클래식 득점 1위(7골), 도움 1위(6개)의 주인공 염기훈(수원 블루윙즈)은 중요한 포인트마다 왼발 위력을 발휘했다.
32분, 오른쪽 측면 프리킥도 날카로웠지만 44분에 선취골을 만든 정면 프리킥을 재치있게 감아차 성공시킨 장면이 압권이었다. 순발력이 뛰어난 아랍에미리트 골키퍼 칼리드 에이사가 염기훈의 왼발을 떠난 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멋진 승리를 이끌어낸 우리 선수들은 태국 방콕으로 건너가 16일 오후 9시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2019 UAE 아시안컵) 예선 첫 경기를 준비하게 된다.
※ 남자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11일 오후 6시 20분, 샤 알람 스타디움-콸라룸푸르)
★ 한국 3-0 아랍에미리트 [득점 : 염기훈(44분), 이용재(60분,도움-김진수), 이정협(90분,도움-정동호)]
◎ 한국 선수들
FW : 이용재(61분↔이정협)
AMF : 염기훈(46분↔남태희), 이재성(81분↔주세종), 손흥민(46분↔이청용)
DMF : 한국영, 정우영
DF : 김진수(70분↔이주용), 장현수, 곽태휘(46분↔홍정호), 정동호
GK : 김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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