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후폭풍 '흔들'··정부 '추경 카드' 빼들까?

입력 2015-06-14 10:24   수정 2015-06-15 07:40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경기 부진이 악화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로 0.25%포인트 내렸으니 정부 쪽에선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경기부양 패키지로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연구기관들은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10조원대 추경을 짜면 0.3∼0.5%포인트 정도의 성장률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경 효과를 최대한 거두려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 경제에도 메르스 전염 우려…추경 편성 분위기 무르익어


한국 경제 상황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1천1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한 사실로 충분히 설명이 된다.


금통위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하고 4분기 연속 0%대의 저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메르스가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여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었다.


메르스 여파는 이미 나타났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이 줄고 영화관이나 놀이공원 입장객은 눈에 띄게 감소하는 등 소비위축 현상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메르스 이전부터 제기된 올해 경제성장률 2%대 추락 우려는 더 증폭됐다.


기준금리 인하와 추경을 묶은 패키지 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이유다.


경제불안이 확산하자 한국은행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도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먼저 빼들었다. 이제 공은 정부 예산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로 넘어왔다.


추경에 대한 기재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유보적이다.


기재부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내린 지난 11일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현 단계에서 추경 편성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는 "최근의 경제상황, 메르스 영향 등을 보아가면서 6월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수립할 때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라고 추경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답변은 하지 않았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마련 과정에서 경기 보강을 어떻게 할지 결론내겠다"고 밝혔다.


메르스의 여파가 더 확산되면 추경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은 13일 서울지역 면세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단 메르스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당장 어떤 대책을 써야 할지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차관은 "지금은 여러 가지 정책 대안을 검토하는 수준"이라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세우기 위해 경기 상황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 2013년 추경으로 성장률 0.3%p↑ 효과

경기가 부진할 때 적절하게 추경을 쓰면 경제활력을 높여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2013년 사례를 보면 당시 17조3천억원 규모의 추경 편성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한국금융연구원은 그해 0.3∼0.4%포인트, 이듬해 0.4∼0.5%포인트의 성장률 상승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사후 분석에서도 당시 추경이 성장률 상승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추경이 성장률을 0.367∼0.384%포인트 끌어올린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에도 성장률을 0.239∼0.252%포인트 상승시키며 2년 연속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당시 추경이 2년간 성장률을 0.3%포인트씩 끌어올렸다며 연구기관 추정과 비슷한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재정확대는 경기부양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 추경을 편성하면 성장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현재 국가채무도 적은 상태여서 정부가 정책을 집행할 여력 또한 충분하다"며 추경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대연구원이 추정하고 있는 재정지출승수는 0.498이다. 정부 지출을 100원 늘리면 국민소득은 49.8원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를 기반으로 하면 정부지출을 약 11조원 늘렸을 때 성장률이 0.5%포인트 올라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가 22조원을 더 쓸 수 있다면 성장률은 1%포인트까지 상승한다.


다만 추경으로 이같은 가시적인 효과를 보려면 기존 예산보다 지출을 더 많이하는 `세출 추경` 액수가 늘어야 한다.


2013년 추경예산 가운데 세출추경은 5조3천억원이었다.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세입추경의 경우, 계획보다 정부지출이 줄면서 성장률이 현재 전망치보다 더 떨어지는 상황을 막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볼 수 있다.


◇ 전문가들 "빨리 편성할수록 효과 크다"


추경을 편성하게 된다면 그 시기와 규모가 중요한 관심사다.


시기의 경우 빨리하면 할수록 좋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추경을 결정한다고 해도 한 달여쯤 걸리는 국회 심의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추경안이 나와도 9월께 예산집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상반기를 넘겨 추경을 결정하면 필요한 시기에 자금을 집행하기 어려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추경 시점이 늦춰질수록 추가한 예산을 다 쓰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다.


2013년에는 추경이 4월에 편성됐는데도 연말까지 집행하지 못한 예산이 3조9천억원에 달했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이왕 추경을 편성할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야 경기 부양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세수 부족분까지 고려해 추경 규모가 15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조∼7조원으로 예상되는 세수 부족분을 메우고 내수 진작을 위한 `실탄`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은 메르스 확산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0.1∼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성장률 둔화를 떠받치려면 세수 부족분에 더해 최소 3조원 가량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르스 확산 이전에도 지난해 4분기 정부 지출 부족으로 성장률이 둔화한 경험 때문에 추경 편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었다"며 "경기 정상화를 위해서는 15조원 정도의 추경 편성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경은 당장의 경기 하락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 기금 등을 동원해 41조원의 재정을 투입한 지난해 경기 부양 방식을 정부가 다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추가경정예산(추경) = 원래 편성된 당해 연도 예산 외에 불가피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추가로 짜는 예산을 말한다. 정부는 세입이 예상보다 크게 줄거나 예기치 못한 지출요인이 생겼을 때 추경을 편성해 국회 동의를 받아 집행한다.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나 대량실업 사태가 있는 경우,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있는 경우 등으로 편성요건을 정해 놓고 있다. (연합)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