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몽골의료봉사를 가다 (3) - 몽골서 만난 화상 아이들 "내년에 또 만나요"

입력 2015-06-19 12:22  



심한 화상을 입으면 일단 통증이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실수로 살짝 데였을 뿐인데 화끈거리고 욱신거리는 통증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통증이 어떨지 공감할 것이다.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면 흉터가 문제다. 특히 옷으로 가릴 수 없는 인체 부위에 화상 흉터가 있다면 그로 인한 심리적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화상 흉터가 심한 사람들은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있다.

화상 흉터는 화상성형수술이나 피부이식수술을 통해 개선될 수 있지만, 방법이 복잡하고 수술 자국이 남는데다가 본래의 피부 질감과 달라지기 때문에 고도의 의료기술과 많은 수술비용이 요구된다. 따라서 화상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초기에 고도의 기술과 치료제를 통해 상처를 조속히 치유하는 동시에 그 이후 예상되는 흉터를 최소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화상 치료 시스템이 미비한 국가들에서는 의료진들이 이 같은 치료 상식을 알고 있어도 어쩔 도리가 없이 현실에 맞게 치료하다 보니 후유증과 흉터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은 실정이다.

지난 5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몽골 울란바토르에 위치한 국립중증외상센터에서 의료봉사를 실시한 화상특화병원 한강수병원(병원장 장영철) 의료진들은 몽골의 화상 치료 여건이 좋지 않음에 따라 많은 화상 환자들이 양호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한강수병원 장영철 병원장이 수술한 아이들 중 간치메크(13세, 여)는 2002년 1월 집에 화재가 나서 얼굴 전체와 머리, 손에 화상을 입었다. 얼굴 부위의 화상 정도가 심해 2003년, 2008년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도 눈이 감기지 않아 눈을 뜨고 자야 한다. 또한 오른쪽 엄지손가락과 왼손 전체가 불편한 상태라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다.

2003년 수술 당시, 간치메크 엄마의 엉덩이 부위 피부를 이식했다. 그리고 이번 수술에서는 왼손이 기능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수술했다. 그 기능을 회복하게 되면 손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간치메크는 추가적으로 손과 목 부위의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장영철 병원장은 간치메크가 향후 모발이식수술과 눈썹 밑 코 부분의 기능적 수술을 받게 되면 훨씬 안정적인 모습이 될 것이라 소견을 밝혔다.

어용빌랙(1세, 여)은 2014년 11월 끓고 있는 물에 오른손을 데여 3도 화상을 입었다. 외래 진료 내내 울음을 멈추지 않았던 어용빌랙은 엄마 품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천진난만한 어린 아기다. 장영철 병원장은 수술을 통해 구축(손가락 굽음 또는 손가락 운동장애)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장영철 병원장은 어용빌랙이 앞으로 성장함에 따라 손가락도 자라면서 손가락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강수병원 고장휴 부원장이 수술한 아이들 중 오양가(5세, 여)는 2013년 4월 피부이식을 받았으나 왼손에 심하게 구축이 진행되어 정상적인 기능을 못할뿐더러 심하게 일그러진 상태였기에 이번에 수술을 받게 됐다. 수술 부위가 점차 자리를 잡게 되면 왼손이 정상적인 기능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게 고 부원장의 소견이다.

너몽다르(9세, 여)는 지난 2006년 9월 끓는 국물에 왼손 화상을 입었다. 큰 수술을 받은 탓인지 무표정한 아이의 얼굴에서 하루라도 빨리 웃음을 되찾아주고 싶었다. 고장휴 부원장은 아이의 허벅지 부위의 피부이식을 통해 보다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수술을 집도했다.

이 외에도 어드바야르(2세, 남)는 2014년 7월 뜨거운 물에 양손 열탕화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고, 얄랄트(4세, 남) 역시 2012년 6월 왼발과 왼손에 화상을 입고 바로 피부이식수술을 받았으나 구축이 유발됐다. 이에 피부이식수술을 통해 피부가 늘어나면 정상적인 속도로 키가 자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번 의료봉사에서 무료 수술을 받은 어린이는 총 6명이지만 외래진료를 받기 위해 진료실을 찾은 환자들한테는 더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았다.

한 아이는 온 몸에 열탕화상을 입었는데, 화마가 지나간 얼굴 피부가 모두 변형되어 있었다. 또 다른 아이는 화상으로 인해 손가락이 절단된 상태였다, 진료를 받는 내내 의연한 모습이었지만, 손의 기능이 모두 상실된 상황이라서 조속한 치료가 필요했다. 장영철 병원장은 이 아이를 진료하면서 어떤 방법으로 치료해줄 수 있을지 장시간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아직 돌도 안 된 아기는 머리 부위의 화상이 심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몽골의 의료 물품이 충분치 않아 제대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장영철 병원장은 한국에서 가져온 의료 물품으로 드레싱을 해주었고, 다행히도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었다.

600km를 마다하지 않고 화상을 입은 아들을 데리고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온 아버지. 14년 전 아들이 게르에서 화상을 입었지만 제대로 치료를 못한 탓에 오른팔이 붙어버렸다. 간단하지는 않지만 수술을 받으면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가능하다는 게 의료진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한테 당장 도움을 줄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장영철 병원장은 "외래 진료를 하면서 안타까운 사연이 너무 많았다"며 "당장 치료를 요하는 아이부터 약간의 의학적 도움을 주면 좀 더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자들까지 여러 분야에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장 병원장은 또 "가능하다면 몇 명의 아이들은 한국으로 초청하거나 후원업체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강수병원 의료진은 내년에 다시 몽골을 방문하여 더 많은 의학적 도움을 통해 아이들한테 해맑은 웃음을 되찾아주도록 노력하겠다며 벌써부터 2016년 몽골 의료봉사를 기대하고 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