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명의 한국 시민이 소셜 펀딩 통해 출판 지원”
일본군 위안부 구술기록집 ‘들리나요? 열두소녀의 이야기(이하 들리나요)’ 의 일본어판 출간을 위해 시민들의 적극 나섰다.
‘들리나요’를 일본어로 번역한 일본 시민단체 ‘일본어 번역협력위원회’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감수비용 400만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들리나요’ 일본판 출간을 중단해, 지난 18일 한국의 크라우드펀딩사이트 ‘와디즈’를 통해 소셜펀딩을 실시했다"며 "하루만인 19일 오전 285명의 한국 시민이 목표금액 400만원을 모금하는 데 성공해 출판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본 시민단체에 따르면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대일항쟁조사위원회)’가 예산 400만원이 없다며 중단해 직접 나섰다는 것.
대일항쟁조사위원회에서 2013년 2월 발간한 ‘들리나요’는 한국 위안부 할머니 12명의 증언을 기록한 정부 차원의 첫 위안부 구술집이다. 일본 시민단체에 따르면 ‘들리나요’의 일본어판 출판 작업은 발간된지 1년여 만인 2014년에 시작됐지만 올해 들어 제동이 걸렸다. 대일항쟁조사위원회가 번역협력위원회 측에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출판작업 중단’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대일항쟁조사위원회 관계자는 “우리 위원회는 한시 조직이라서 연장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감수비용 400만원이 예산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일항쟁조사위원회의 운영비는 연 76억원(2015년 기준·행자부 예산)으로 `들리나요’의 영문판 ‘Can you Hear Us? : The Untold Narrative of Comfort Women’은 올 1월 순조롭게 출판됐다. 심지어 대일항쟁조사위원회는 ‘영문판 제목 공모전’을 개최할 정도로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들리나요’가 한국과 미국에선 별 문제 없이 출판된 반면 정작 일본에선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얘기다.
이번 소셜펀딩에 후원금을 낸 시민 정미진 씨는 “일본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꼭 들려달라”며 “이 구술기록집이 출간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후원자 최하영 학생은 “많은 돈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용돈을 최대한 후원했다”고 말했다.
‘들리나요’ 일본어판 소셜펀딩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한 심상정 의원(정의당, 경기 고양 덕양갑)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많이 돌아가시고 현재 49분만이 생존해 계신데, 평균연령도 90세에 이르시기에 시간이 많이 없다”며 “그분들이 살아계실 때 진실을 알려 과거사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출판작업을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또 “대일항쟁조사지원위원회는 일본 시민단체와 한국 국민들의 이런 마음을 고마워해야 하고, 해방 70주년인 올해 출판작업이 마무리 될 수 있도록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이양수 일본 시민단체 공동대표는 “한국에서 진행한 소셜펀딩이 하루 만에 마무리됐다는 소식을 듣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들리나요` 일본어판이 공식적으로 출판될 수 있는 발판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양수 일본어 번역협력위원회 공동대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이 담긴 ‘들리나요’의 일본 현지 발간의 의미는 대한민국 공식 위안부 피해 증언 문서가 최초로 일본에 배포된다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진행된 소셜펀딩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된 만큼 일본에서도 ‘들리나요’ 일본어판의 출판을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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