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임박.. 시장의 관심은?

입력 2015-06-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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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쏠리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에 이어 그렉시트가 가시화되면 국제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한국의 금융시장과 거시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한국 경제주체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달 5일로 예정돼 있는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이 나라 국민들이 국제 채권단 방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선택하면 그리스 사태는 안정을 되찾을 수도 있다. 채권단이 신속한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그리스 현 정부의 퇴진과 이에 따른 정치적 혼란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은

28일 국제 금융시장에 따르면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리스가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거부하고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도 국민투표를 마칠 때까지 구제금융을 연장해달라는 그리스의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채권단이 제시한 구제금융 프로그램 5개월 연장안을 받아들이면 정부 부채만 늘어나고 나중에 더 가혹한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유로그룹 역시 그리스의 구제금융 연장 요청을 거절함에 따라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이달 30일 끝난다.

그리스 정부는 이달 5일 만기가 돌아왔던 3억 유로(약 3천781억원)를 포함한 부채 15억3천만 유로(약 1조9천억원)를 이달 말에 일괄적으로 갚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그리스가 한차례 연기한 만기일(30일)에 맞춰 채무를 갚을 가능성은 작다.

IMF는 채무 상환 실패를 디폴트가 아닌 `체납`으로 규정하고 있다. 차관 성격의 IMF 채무는 국제신용평가사의 평가 대상이 아니라서 상환 실패로 그리스 등급이 `D`(디폴트)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시장에서는 그리스의 채무 상환 실패를 사실상의 디폴트로 간주해 자산 가치에 반영해 온 상태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디폴트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 증액 여부가 그리스 사태에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ECB는 현재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등이 발생한 그리스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은 "ECB가 그리스에 ELA `파이프`를 유지하면 그리스는 어떻게든 견딜 수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7월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35억 유로의 ECB 채무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ELA는 더는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 그렉시트 가능성은

그리스 디폴트로 국제 금융시장이 받는 충격은 불가피하겠지만 그렉시트 여부에 따라 충격파의 정도는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위대 팀장은 "시장에서는 그리스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50까지 반영한 상태"라며 "더 큰 충격은 그렉시트가 발생하느냐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시장이 협상이 되는 쪽으로 쏠려 있었는데 디폴트에 돌입하고 그렉시트 가능성이 나오면 조정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그리스와 유로존 모두 그렉시트를 반기지 않는 상황이다.

그리스 국민을 상대로 한 최근 여론조사에 응답자의 56가 유로존 잔류를 원했다.

그동안 유로존 재무장관들도 그렉시트는 없을 것이라는 발언을 줄기차게 했다. 전날 유로존 18개국 장관들은 "유로존 회원국인 그리스의 이익을 위해 적절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다시 회의를 재개할 준비가 됐다"며 그리스를 유로존에 남기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리스와 유로존의 바람과는 달리 정치적인 상황 등에 따라 그렉시트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남유럽에서 좌파 세력이 꿈틀대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그리스가 바라는 요구안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환종 연구원은 "올해 말 있을 스페인 총선을 고려하면 채권단이 그리스의 입장을 들어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채권단이 그리스에 잘해주면 스페인 등에서 극좌들이 득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치러진 스페인 지방선거에서는 좌파정당 `포데모스`(Podemos·우리는 할 수 있다) 등이 참여한 좌파 연합이 주요 도시 의회를 장악했다. 좌파 연합은 2011년 스페인 정부의 긴축 조치에 항의한 `분노하라` 시위를 이끈 지도자들이 모여 만든 세력이다.

그렉시트가 당장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그리스 문제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일체제를 유지한 유로화의 구조적 결점을 드러내는 재료가 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에서 좌파 세력이 위세를 떨치면서 단일통화로서의 유로 체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 보도했다.

도이치뱅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경제전문가는 "최근 위기는 단순히 그리스 통화가 유로에서 드라크마로 바뀌는 것에 대한 우려만 내포하고 있지 않다"며 "통화 단위 교체에 대한 근본적인 걱정은 유럽 내 정치적 불안정성이 있는 한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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