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 만성소화불량 치료는 위와 췌장의 구별이 중요

입력 2015-07-10 14:15  



예로부터 한방에서는 소화기능과 관련된 장기를 ‘비위’라고 명칭했다. ‘비위’는 ‘비장’과 ‘위장’을 합하여 부르는 것으로, ‘비’는 현재의 ‘췌장’과 ‘지라(비장)’를 통칭하되 주로 ‘췌장’을 의미하며, ‘위’는 현재의 ‘위장’을 의미한다. 이러한 ‘비위기능’의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소화불량 증상을 포괄적으로 ‘체기’라고도 한다.

우리 몸의 소화과정에서 ‘위’와 ‘췌장’은 각각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위는 주로 위산과 함께 음식물을 물리적으로 잘게 분쇄하는 역할을, 췌장은 각종 소화효소가 함유된 췌장액을 십이지장으로 분비하여 소장에서 음식물의 영양분이 화학적으로 소화/흡수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 등 대부분의 영양소가 췌장액에 의해 소화/흡수된다.

위와 췌장은 각각의 기능 저하에 따라 증상 또한 다르게 나타난다. 위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위경련이나 복부의 팽만감(배가 풍선처럼 부푸는 느낌), 속쓰림 등을 호소하고, 눈이 침침하고 모래알이 낀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췌장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식후에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많이 차거나, 역류성식도염, 입냄새, 미식거림 등을 동반한다. 심한 경우 식사 때가 되어도 배고픈 것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되고 식후에 나른해지면서 식곤증을 호소하게 된다.

췌장은 소화기능 이외에도 혈당조절을 담당하는데, 췌장에서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인슐린을 합성하기 때문에 췌장의 이상이 있는 경우, 인슐린 과다분비로 저혈당 증상을 호소하여 공복 시 기운이 빠지고 손이 떨리거나 식은땀을 흘리게 되고, 혈당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경우는 식사량이 늘거나 속이 헛헛하여 배고픈 것을 참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식후 명치 주변과 옆구리, 등쪽이 결리거나 당기는 듯한 통증 역시 췌장 기능의 이상에 속한다.

보충한의원 양기호 원장은 “만성 소화불량이나 소화장애 등 속은 불편한데 위내시경상 특별한 이상이 없을 경우 대부분 신경성 위염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는데, 이 경우 위가 아닌 췌장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위장 점막에 이상이 보이는 위염이나 위궤양의 경우는 위내시경으로 검진이 가능하나, 위장 점막이 아닌 위 근육층 자체가 뭉치면서 나타나는 소화장애나 췌장의 이상으로 인한 다양한 증상은 내시경상 검진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양기호 원장은 “대부분 위 건강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위장이 아닌 췌장의 기능을 인지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만성 소화불량이나 소화장애 등은 위장과 췌장 중 어느 장기의 문제인지를 명확히 진단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상체질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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