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미투 마케팅?' 화장품시장의 딜레마

입력 2015-07-10 19:37   수정 2015-07-10 19:37



화장품 브랜드숍기업 토니모리는 지난주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내놨다. 자사의 `순수에코 대나무 시원한 물 수딩 젤`과 또 다른 브랜드숍인 더샘의 `프레쉬 뱀부 수딩 젤`의 출시 일자가 지난 5월 26일로 같다는 내용이다.

유사한 점이 많은 두 제품이 비교되면서 출시일이 늦은 토니모리가 더샘을 따라한 의혹이 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를 전면 반박한 것이다.

담양 대나무수가 여름철 피부 진정에 효과가 있고 산뜻하게 발린다는 점에 착안, 1년여 간의 기획·개발 과정을 거쳐 해당 제품을 출시했다는 것이 토니모리 측 주장. 더불어 "촉촉한 워터젤 타입의 포뮬러도 연구소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논란이 컸던 디자인에 대해 토니모리 측은 "펀(fun) 컨셉의 독특한 용기 디자인이 브랜드의 원래 강점이며 메인 성분인 대나무를 형상화한 해당 제품의 디자인 또한 우리만의 기술력이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토니모리 측 설명에 따르면 상단으로 갈수록 타원형을 이루는 더샘 제품과는 달리 자사 제품은 대나무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원형의 사출 성형을 유지하고 마디 부분에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그래픽 디자인 역시 대나무 고유의 결과 색감, 재질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등 여러 부분에서 차별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매체의 보도가 해당 제품의 모방 여부와 출시시기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시정을 요구한 토니모리는 한발 더 나아가 오히려 자신들이 모방의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더샘이 지난해 초 선보인 `후르츠 펀치 핸드크림 01 복숭아 펀치`가 이미 2009년 출시해 큰 인기를 누려온 자사의 `피치핸드크림`을 그대로 베낀 혐의가 짙고 이로 인해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어 법적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니모리의 이같은 강경 대응은 화장품업계 안팎의 관심을 사고 있다. 토니모리의 코스피시장 상장이 임박하기도 했거니와 자사의 전임 대표였던 이가 더샘의 현 대표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한다 해도 `미투` 제품을 둘러싼 시비에 이처럼 공개 대응에 나선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그간 화장품시장에서는 미투 제품이 폭넓게 용인돼왔다. 일부 성분을 대체하거나 디자인 혹은 향이 조금만 달라도 엄연히 다른 제품으로 분류되고 인식되곤 했다.

원조 논란이 벌어지고 소송 사태로 번지는 일이 간혹 발생하긴 했지만 미투 제품이 경쟁을 유발하고 소비자 편익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OEM·ODM을 통한 개발·생산이 일반화된 브랜드숍 유통에서는 더더욱 미투 마케팅이 당연시됐다. 하지만 `피치핸드크림`과 관련한 토니모리의 법적 조치 검토가 엄포가 아닌 현실화된다면 브랜드숍 유통의 이같은 암묵적 관행이 깨지는 셈이 된다.

미투 마케팅이 갈수록 극성인 동시에 이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는 현상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한층 치열해진 경쟁과 심화된 중국 의존도를 배경으로 꼽는다.

격화된 시장 경쟁이 트렌드 변화와 신제품 출시 주기의 단축으로 이어지면서 시간을 두고 진득하게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결국 시장의 히트 아이템을 재빨리 모방하는 게 가장 수월하면서도 안정적인 전략이 된 셈이다. 이는 경쟁관계인 원조 브랜드의 독주를 막는 효과도 있어 더욱 선호되고 있는 실정.

더욱이 한국 화장품기업들의 시장이 거대 수요의 중국으로 확대되고 이른바 `대박 제품`의 매출 규모가 예전과는 차원을 달리하면서 그야말로 사활을 건 베끼기가 자행되고 있고 이로 인한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 화장품기업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의 잘 나가는 제품은 발 빠르게 응용하되 우리 브랜드의 히트 아이템은 모방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며 "미투 마케팅 자체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지니고 있는 데다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터라 당장 해법이 나오긴 어렵겠지만 토니모리와 더샘 사태가 다함께 고민해볼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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