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형 악순환 이론’으로 본 중국증시 폭락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될 가능성…

입력 2015-07-13 08:25  

증시 폭락을 계기로 한동안 잠잠했던 중국 경제의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1978년 중국이 개혁과 개방을 표방한 이래 지난 30여년간 꾸준히 높은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특히 2001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성장률이 한 단계 높아지면서 2010년까지 연평균 10.7% 고성장했다.



하지만 두 자리대의 성장률이 2011년 2분기 이후 한자리대로 떨어지면서 올해 1분기에는 7%까지 떨어졌다. 더 우려되는 것은 도시와 농촌을 중심으로 한 나라 경제의 지속 가능 성장능력을 알 수 있는 양극화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노동과 자본, 토지 등 생산요소 가격도 급등하고 있어 전형적인 성장통(growth pains)을 겪고 있다.



특히 올 6월 중순 이후 주가 폭락을 계기로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이미스트 등이 지적해 왔던 ‘중진국 함정’ 우려가 설득력 있게 확산되고 있다.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이란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가 중진국 수준에 와서는 어느 순간에 성장이 장기간 정체되는 현상의 의미한다.




주가폭락·경기둔화·부동산 거품·그림자 금융, 현재 중국 경제가 당면한 4대 현안이다. 특히 감독권 범위에서 벗어난 모든 금융을 통칭하는 그림자 금융규모가 워낙 커 6월 중순 이후 주가 폭락이 부동산 거품붕괴로 악화돼 이러다간 ‘중국판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인 아닌가 하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증시 폭락을 계기로 급부상하고 있는 그림자 금융발 위기설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한 논리적인 근거로 ‘나선형 악순환 이론(spiral vicious circle theory)`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학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이 이론이 중국 경제가 당면한 현안, 그 중에서 그림자 금융발 위기설을 설명하는데 재차 거론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경로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처럼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경로를 보면 초기 단계에는 북한의 대약진 운동처럼 단순히 투입되는 노동, 자본 등의 생산요소의 양만 늘려 성장하는 `외연적 단계`를 거친다. 이 단계에서 한계에 부딪치면 이후에는 생산요소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내연적 단계‘를 거치는 것이 정형적인 성장경로다.



대부분 사회주의 국가들은 이 경로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부동산 거품, 물가앙등 등과 같은 심각한 성장통을 겪는다. 중국도 이런 후유증을 걷어낼 목적으로 1차로 2004년 하반기부터 약 1년 6개월 동안, 2차로 2010년부터 긴축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중국 정부는 물가를 잡는데 주력해 온 것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다른 점이다.



하지만 긴축정책의 주 수단으로 삼은 금리인상이 대내외 여건이 따르지 않아 실패했다. 1차 긴축 초기에는 의욕적으로 단행한 금리인상이 때마침 불어 닥친 증시호황으로 국내여신을 잡는데 한계가 있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차 긴축기에는 미국 등 선진국이 금리를 대폭 내리자 중국과의 금리차를 노린 핫머니가 대거 유입돼 부동산 거품이 더 심해졌다.



이 때문에 긴축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리인상→핫머니 유입→통화팽창→부동산 거품·물가앙등→추가 금리인상’의 나선형 악순환 고리가 형성돼 긴축기간이 길어졌고 금리인상폭도 커져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악조건에서 느닷없이 불거져 나온 그림자 금융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로 긴축을 단행하다 보면 2차 나선형 악순환 국면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는 성장률이 7%로 떨어지고 올해 2분기에는 6%대로 떨어졌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그림자 금융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로 긴축을 단행하면 곧바로 경착륙에 추락할 위험이 높다. 중국 정부는 긴축정책을 추진해 자산거품과 인플레를 걷어내고 성장률(비행기)을 잠재수준(활주로)으로 안착시켜 경제주체(승객)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만약 중국 경기가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지는 경착륙된다면 나선형 악순환 국면에 ‘경기침체’라는 고리가 더 추가돼 우려 차원에서 제기해 왔던 중진국 함정에 실제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우려되면 핫머니가 급속히 이탈돼 자산거품이 꺼지고 경기는 ‘역(逆)자산 효과’로 상당기간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6월 중순 이후 중국 증시에서는 달러계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그림자 금융을 해결하기 위해 긴축을 추진하다가 오히려 경기를 망치는 1930년대 대공황의 빌미를 제공한 ’에클스의 실수‘를 저지를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뒤늦게 그림자 금융의 심각성과 나선형 악순환 고리를 인식한 중국 정부는 이런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긴축정책의 방향을 대거 수정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인하 등을 중심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으나 뜻하지 않는 증시 폭락으로 오히려 잠복해 왔던 그림자 금융발 위기설이 고개를 들면서 새로운 국제금융시장의 복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정위기가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될 것인가 아니면 ‘위기 축소형’으로 수렴될 것인가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 결정된다. 하나는 레버리지 비율(증거금대비 총투자금액)이 얼마나 높으냐와, 다른 하나는 투자분포도가 얼마나 넓으냐는 글로벌 정도에 좌우된다. 이 두 지표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되고 디레버리지 대상국에서는 위기 발생국보다 더 큰 ‘나비효과(butterfly effect)’가 발생한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된 것은 위기 주범이었던 미국 금융사들의 이 두 가지 지표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중국은 두 지표 모두 낮은 편이다.


최근 우려대로 그림자 금융발 위기설이 발생된다 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될 소지는 적은 대신 그 충격은 중국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안길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금리인하를 바탕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 대책은 보다 중국 국민들의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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