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Mnet ‘쇼미더머니’ 잃어버린 힙합정신… 한국의 랩은 왜?

입력 2015-07-14 14:27   수정 2015-07-15 04:48

▲ Mnet ‘쇼미더머니’ 송민호(사진 = Mnet)


연이어 Mnet ‘쇼미더머니’가 비난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에 산부인과 여성 비하논란이 불거졌는데 특히 원색적인 랩 가사 때문에 문제가 됐다. 일전에도 ‘일베(일간베스트) 논란’으로 비난의 노마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과도한 욕설 등으로 방통위에서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별 것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을 수 있다. 흔히 랩은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는 음악장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랩배틀에서 상호 디스를 누가 잘하는가를 판단할 때 원색적인 단어들이 주효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욕을 잘하거나 모욕적인 단어를 통해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이 랩배틀의 승자를 반드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송민호의 “MINO(민호)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가사는 단지 1회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반복될 소지가 많다. 왜 그럴까.

송민호가 “‘쇼미더머니’라는 쟁쟁한 래퍼들과의 경쟁 프로그램 안에서 그들보다 더 자극적인 단어 선택과 가사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고 말한 대목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즉 이번 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모순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ㅊ 함을 의미한다. 자극적인 단어 선택과 가사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준 것은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이다. 그렇다고 개인의 가사 자체에 대한 문제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맥락’이다.

욕설이나 비속어라고 해도 그것이 담아내고 있는 ‘맥락’이 ‘진실’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그 의미와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산부인과의 다리를 운운한 것은 분명 아무런 맥락이 없었다. 그동안 ‘쇼미더머니’가 악마적인 편집을 해왔다는 문제제기는 이와 함께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 자극적은 분위기와 대결구도를 만들기 위해서 출연자들에게 압박과 부담감을 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 압박감과 부담은 상대방에게 이기기 위해 자극적인 단어와 표현을 강화해야 한다는 심리적 긴장을 의미한다. 케이블방송이기 때문에 단지 욕설이나 비속어에 대한 구사를 유연하게 용인해줘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이러한 용인은 오히려 힙합은 물론 프로그램의 유지를 힘들게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힙합의 본래적인 정체성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맥락’이나 ‘진실’은 힙합이 주류문화에 진입할 수 있었던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것은 바로 주류문화의 모순과 문제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것에 대한 대안적 모색을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육욕적인 본능을 그대로 분출한다고 해서 포르노가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없듯이 욕과 비속어를 남발한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음악이 될 수 없다.

이런 전제에서 힙합의 랩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욕설과 비속어가 무엇을 위해서 사용되는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활용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불행하게도 ‘쇼미더머니’는 이러한 맥락에서 진실을 담아내지 못했다. 말 그대로 상대방을 디스를 어떻게 잘하고 이겨내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회적 가치나 의미 그리고 공동체적인 정서나 메시지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디스를 감행하게 만드는 둔중함을 보이게 만들었다.

역시 논란이 된 일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주류의 강자를 편승하고 있기 때문에 힙합정신에 맞지 않는 것이다. 힙합의 랩은 약자와 마이너 정서를 담아내며 새로운 질서를 염원하고 꿈꾸는 이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 그 기본 정신이기도 하다.

랩은 미국의 음악 장르이다. 미국의 사회모순을 지적하면서 성장했다. 랩이 한국에서 완전히 자리 잡으려면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지향하고 실제로 담아내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현실에서 약자와 마이너를 대변하며 그들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향한 꿈을 담아내야 한다. 파편화된 개인들 상호간의 디스만 난무하는 랩배틀이 이제는 사라져야하는 이유다. 이에 ‘쇼미더머니’가 랩배틀의 새로운 틀을 짜나가야 할 때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