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요양병원, 싸나톨로지로 품위 있는 마무리 도와...환자의 여생에 따라 좌우되는 죽음의 질

입력 2015-07-17 15:23  


고요한 아침 새소리에 잠에서 깬다. 명상음악의 잔잔한 해설과 함께 천천히 호흡하며 몸을 움직인다. 한가족요양병원에서는 환자들의 자연치유력을 이끌어주기 위해 명상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명상음악이 뇌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듯이 심신이 허약한 환자일수록 하루의 시작이 그날의 컨디션을 좌우한다.
요 몇 년 사이 요양병원이 급증하면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지만, 대부분의 요양병원은 노인질환에 특화된 인프라를 갖추고 24시간 집중 관리를 하며 성심껏 환자를 돌보고 있다.
요양병원의 특화진료과목에 따라 환자 구성이 다르지만 연로한 만성질환자가 대부분이라서 질병을 보기 전에 먼저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의 분위기도 일반 병원보다 가족적이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운영된다.
한가족요양병원은 `죽음`에 대한 환자들의 불안감을 다스리고 설사 완치가 되지 않더라도 남은 시간 동안 의미 있고 축복된 삶을 보낼 수 있도록 `싸나톨로지`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싸나톨로지(Thanatology)`는 20세기 미국 호스피스 운동의 발전으로 죽음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형성된 통섭학문(統攝學文,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는 통합 학문)이다.

싸나톨로지 연구는 대표적으로 미국 죽음교육 및 상담 협회(ADEC)에서 다양한 분야의 회원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싸나톨로지협회에서 ADEC과 협약을 맺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내에서 발급 가능한 국제싸나톨로지스트(죽음교육전문가) 자격증 과정을 진행하고,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죽음 교육 등을 펼치고 있다.
한가족요양병원은 2011년부터 싸나톨로지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으며, 국제싸나토로지스트 자격증 과정의 실습 병원으로 선정돼 국제적인 안목을 기를 수 있게 됐다.
싸나톨로지 프로그램은 단계마다 환자의 영성적인 면을 고려해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죽음과 임종을 관조하면서 축복 속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한가족요양병원에서 운영하는 일정을 보면 명상, 체조, 마사지, 환자 상태에 따라 음악·미술치료, 보행 명상 등을 한 뒤 면역영양식단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주말에는 삼림욕, 병원 근처 부산의 아름다운 해변 걷기 등의 야외활동이 추가되기도 한다. 운동이나 식사를 할 때도 몸과 마음, 영적인 면이 통합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 후에는 통합대체의학의 선구자 전세일 병원장의 싸나톨로지, 통합의학 강의를 들으며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통합의학적 치료의 원리를 깨닫고 자신을 돌보게 된다.

오전과 오후 중에는 싸나톨로지스트를 만나 가족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했던 내 안의 문제와 고민을 함께 나누며 질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의 본질을 마주하고 남은 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간다. 자유시간에는 개별 취미 활동을 하거나 오전에 이어 통합재활물리치료를 받는다. 싸나톨로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환자의 일상 중 매일 연습해야 할 일들로 새벽 명상, 기도, 산책 외에 화해의 언덕 오르기, 진실해지기, 사랑의 감정 회복하기 활동처럼 자신과 화해하고 묵은 감정을 해소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한가족요양병원 전세일 원장은 "환자의 편안한 죽음은 임종환자나 임종을 지켜보는 가족들 모두에게 `실존`(인간다움)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문제다. 싸나톨로지는 임종에 가까운 환자가 자신의 참다운 모습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 평온한 죽음에 이르도록 돕는다"고 했다.

한국경제TV 김지원 기자
news@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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