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관치’ 포기해야 팔린다

박병연 부장 (부국장)

입력 2015-07-21 17:06   수정 2015-07-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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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과점 주주 매각 방식을 추가한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금융권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이번 발표에서는 매각일정 자체가 나오지 않았고, 우리은행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비해 매각 방식이 일부 변경되긴 했지만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정부 당국의 의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입니다.

과점 주주 매각 방식은 이미 수차례 거론된 바 있는 ‘까진 패’인데, 이것만으로 구체적인 매각 계획도 발표하지 않고 투자자를 찾겠다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것입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과점주주 매각 방안을 유일한 대안으로 놓고 수요조사를 진행해왔지만 지금까지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박상용 공자위원장은 21일 브리핑에서 “향후 예보와 매각 주관사를 통해 시장수요가 확인되고 매각을 위한 여건이 성숙했다고 판단되면 최대한 신속하게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번 발표는 정부가 우리은행을 민영화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시장에 확인시켜 주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일 뿐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정부의 이번 발표로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은 우리은행 민영화의 최우선 목표가 공적자금 회수율 극대화라는 점인데,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공적자금 원금을 회수하려면 주당 1만4,800원에 매각해야 하지만 현재 우리은행 주가는 21일 종가 기준으로 9,040원.

경영권 프리미엄도 없는 과점 주주 매각방식으로는 도자히 이 차이를 메울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입니다.

정부는 우리은행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경영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과연 이 말을 액면그대로 믿는 투자자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금융위는 공적자금이 투입될 때 예보와 우리은행이 맺었던 MOU를 완화하고 30% 이상의 주요 지분 매각에 성공하면 MOU를 해지해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정부가 MOU를 볼모로 우리은행의 경영에 개입해 부실기업 지원에 나서게 하는 등 마치 정책금융기관처럼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이 정도 조치로 우리은행에 대한 정부의 경영권 개입 의혹을 불식시키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부실여신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인 우리은행을 민영화 하는 데, 얼마나 의지가 있겠냐는 것입니다.

만약 정부가 우리은행 민영화를 조속히 추진할 의지가 있다면 30% 이상의 지분을 매각한 이후에 MOU를 해지할 게 아니라 지금 즉시 경영자율성을 옥죄는 각종 올가미를 걷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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