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경제상황에서 가계부채 총량관리가 필요하지도 않고 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해 온 정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가계부채 총량관리나 다름없는 대출수요 억제 대책을 내놓으면서 금융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나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가계부채 총량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 욌고, LTV(주택담보인정비율)나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도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그간의 입장을 180도 뒤집은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오늘 발표된 가게부채 종합관리 방안은 주택 담보 대출을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도록 유도하고 대출시에는 담보가 아니라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철저히 심사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또 대출심사 강화로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출 수요자들이 상호금융권과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있습니다.
쉽게 말해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은 부동산 담보가치가 아무리 높아도 앞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높은 은행 문턱을 피해 제2금융권을 찾아가더라도 소득 수준이 낮아 상환능력이 약하다면 필요한 자금을 빌리기 어렵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전세난으로 주택 구입에 나선 20~30대 젊은 층의 경우 돈 빌리기가 어려워 주택구입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았더라도 일정기간 이자만 내는 가치식이 아니라 대출 개시일부터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야 하는 분할상환 방식으로 돈을 빌렸다면 소득 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인 계층도 부담이 커집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한다며 ‘빚 내서 집 사라’고 외치던 정부가 이처럼 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자 소비자들은 당황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의 주택담보대출 심사 방식이 담보 위주에서 대출자의 상환능력 위주로 전환되는 시점이 내년 1월로 정해지자 그 이전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내년에 집을 사려고 계획하던 사람들이 주택구입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은행권도 대출심사 기준이 바뀌기 전에 이른바 ‘절판마케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출 심사기준이 담보가치에서 상환능력 위주로 바뀌면 그만큼 대출 실적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대출 심사 기준 변경을 은행권 자율에 맡기겠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간접규제’ 성격을 띤 정부 방침인 만큼, 강제성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내년 1월 심사 기준이 변경되기까지 가계부채가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에 제동을 걸기 위해 내놓은 정부 대책이 일시적이나마 가계부채를 급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절판마케팅을 통해 대출 밀어내기를 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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