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홀딩스 주총 D-1…신격호 출국 여부 촉각
- 신동빈, `원톱체제` 굳히기 개혁 주총에 초점
- 신동주, 정면승부할까 후일 노릴까 주목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핵심 지배고리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17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3일 일본으로 향했고, 국내 체류 중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도 조만간 도쿄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총은 신동빈 회장이 이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로 오르는 등 대세를 장악한 상황에서 열리는 것이다.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최대주주(72.65%)인 L투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한 한일 롯데의 지배구조의 최정점이다.
롯데홀딩스 지분은 고준샤(광윤사: 光潤社)·우리사주협회·일본내 관련 계열사가 각각 3분의 1씩을 갖고 있다.
광윤사 지분은 신격호 총괄회장,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여사가 갖고 있고 신동주·동빈 형제도 2% 미만을 보유 중이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달 28일 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통해 부친 신 총괄회장을 일선 퇴진시키고 대표이사에 올라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진다면 신 회장도 100% 승리를 장담하긴 어렵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라 `원톱`이 된 뒤 처음 열리는 주총에 관심이 쏠린다.
◇ 신동빈, `원톱체제` 굳히기에 초점
이번 주총은 신동빈 회장의 대세몰이를 위한 주총이라고 할 수 있다.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손에 쥔 신 회장은 일방적으로 17일 주총을 결정했다.
안건도 `사외이사 선임`, `기업지배구조 개선`으로 정했다.
신 회장은 표 대결로 이어질 수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명예회장 추대 건도 정관 변경 없이도 가능하다는 이유로 안건에서 제외했고, 분쟁 당사자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요청하는 현 이사진 교체 안건도 넣지 않았다.
롯데 고위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혁신과 투명성 확장 등 개혁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이를 통해 롯데홀딩스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한편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를 받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고리 해소라는 경영 방침을 이미 선언한 신동빈 회장이 주총을 통해 일본 주주들을 상대로 이해를 구하는 절차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 신동주, 정면승부할까?
신동주 전 부회장의 대응도 주목된다.
정면승부를 한다면 주총 표 대결은 불가피하다. 신 전 부회장이 그동안 밝혀온 대로, 롯데홀딩스 지분 구조에서 유리하다면 주총장에서 이사진 교체를 긴급 안건으로 내놓고 표결을 하자고 하거나 신동빈 회장이 내놓은 사외이사 선임안건 등을 부결시키는 방법으로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려면 일반적으로 참석 주주 50%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정관 변경·신설과 관련된 안건은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될 수 있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의 경우 기존에 없던 사외이사직을 만들기 위해 정관 신설이 필요하다면 66.7%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지지세력이 부족하다면, 다른 선택이 불가피하다.
이번 주총에 정면 대응하지 않고, 세력을 모아 이사진 교체 안건으로 별도의 주총 개최를 요구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L투자회사 대표이사 선임 무효소송도 고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17일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의 목적이 달성된다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주총 승리로 대세가 신동빈 회장에게로 완전히 기울면 차후 주총 또는 소송을 벌인다고 해도 뒤집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 신격호, 롯데홀딩스 주총장 향할까
이런 가운데 "허락도 없이 한일 롯데 경영권을 탈취했다"고 주장해온 94세 고령의 신격호 총괄회장이 다시 일본으로 향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신 총괄회장이 주총장에 나타나 건재를 과시한다면 롯데홀딩스 지분을 3분의 1씩 나눈 광윤사와 우리사주협회, 관련 계열사 등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윤사 지분은 신격호·동주 부자에 기울 가능성이 크다. 안정적인 기업 경영을 바랄 것으로 보이는 우리사주협회는 아무래도 이사회를 장악한 신동빈 회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일본 내 계열사는 상황이 복잡하다.
롯데홀딩스의 개혁을 바라기도 하겠지만,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통해 일본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데 대한 경계심리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격호·동주 부자 또는 신동빈 회장 편이라고 하기 쉽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7일 일본으로 향했다가 나흘만인 11일 귀국했던 신 전 부회장이 주총 하루 전날인데도 국내에 체류하는 건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을 설득하기 위해서 아니겠느냐"며 "최대 관심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행 여부"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신격호 총괄회장의 비서실장이 신동빈 회장의 비서를 거친 측근인사로 교체된 만큼 지난번처럼 한국 롯데그룹 누구도 모르게 신 총괄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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