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 스타를 논하는 데 SNS 시인을 빠뜨릴 수 없지. "일기 쓰고 엔터만 잘 쳐도 시가 된다"며 일상의 시(詩)화를 주장하는 현대 시인 이환천을 만나봤다.
이환천의 문학살롱
본명:이환천
나이:30
직업:작가
특이사항:여자 연구가
페이스북:/1002salon

`이환천의 문학살롱`은 어쩌다 시작했나?
살면서 끄적여 놓은 글들이 혼자 보기 아까웠다. 처음엔 친구들이나 보면서 낄낄거리라고 만든 건데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황송하다.
시 쓰는 거 말고도 하는 게 많아 보이던데?
난 뭐든지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수영 강사, 헬스 트레이너, 제약 회사 영업을 비롯해 호주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보기도 했다. 지금은 시, 웹툰 그리고 카피라이팅까지 하고 있지. 요즘 세상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림 실력도 웹툰 작가 뺨치더라. 따로 배운 건가?
미술을 공부하는 형이 멋있어 보여서 어깨너머로 따라 그리던 게 이 지경까지 오게 됐다.
SNS 스타 작가가 될 수 있었던 본인만의 차밍 포인트는?
거칠고 속 시원한 글귀?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수려한 글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유니크함과 마니아적인 스타일을 즐기는 분이 많은 것 같다.
시 재미있게 쓰는 팁 하나만 전수해 달라.
자기 직업 쓰고, 이름 쓰고, 글자 수 맞춰서 욕만 쓰면 시 한 편 뚝딱이다. 예를 들어 요런 느낌으로.

좆, 좋은 시다. 얼마 전 출판한 책 <이환천의 문학살롱> 표지에 "시가 아니라고 한다면 순순히 인정하겠다"라고 썼던데, 무슨 뜻인가?
말 그대로다. 댓글을 보다 보면 "네가 뭔데 문학을 운운하느냐"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그 말이 맞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문학과 시를 논하기엔 한없이 부족해서 그걸 당당하게 인정하고자 그런 문구를 썼다. 그런데 순순히 인정해도 막 뭐라고 한다. 서러워서 내가 진짜...

악플 때문에 맘고생 좀 했나 보지?
가끔 악플을 보면, 길 가다 마주친 사람한테 다짜고짜 욕 듣는 느낌이다. 하지만 최대한 참는다. 친구들이 내게 "이 바닥은 겸손해야 한다"면서 열심히 이미지 메이킹을 연습시키거든. 처신 똑바로 하고 다니라고 충고도 해준다. 그럼 나는 또 병신같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다. 남들이 보면 참 꼴값하고 있다고 할 거다.
악플러를 위해 시 한 편 쓴다면?
이미 썼다. 들어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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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용 시도 잘 쓰겠네?
타깃만 정해지면 곧잘 쓴다. 조금 더 젊었을 때 유명해졌더라면 참 좋은 삶을 누렸을 텐데...
말발 덕분에 여자한테 인기 좋겠다.
SNS에서 메시지 여러 번 받았다. 거참, 내가 얼마나 못생겼는지도 모르고 덤비는데... 내가 언제 한번 직접 만나서 혼꾸멍내줄 생각이다.
여자 친구는 있나?
안타깝게도 한 명 있다.
당신의 시는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포인트를 속 시원하게 긁어준다. 남자는 그렇다 치고, 여자들 생각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건가?
못생겼지만 연애하고 싶은 애들의 특징이다. 일찌감치 외모로는 희망이 없겠다 싶어서 어릴 때부터 개그나 말발을 기르고자 여자의 생각을 연구했지. 우리 계통의 친구들이 미인을 차지하는 비율도 무시 못 한다.
당신 시 중에 "너는 가끔 야동 보니 나는 가끔 야동 찍어"라는 게 있더라. 실제로 야동을 찍어봤나?
내가 알고 보면 진짜 착해서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안 한다. 저 시에서 야동 찍는다는 말은 진짜 촬영한다는 말이 아니라 야동만큼 격렬하고 박력 있게 한다는 의미다. 혹시나 찍을 여건이 된다 해도 카메라 켜고 버튼 누를 시간에 한 자세라도 더 해볼 거다.
격정의 순간을 다시 한 번 꺼내 보고 싶은 때가 있지 않나?
반드시 있지. 그래서 `오늘이다` 싶은 날은 꼭 불을 켜고 하길 권한다. 두 눈으로 모든 장면을 생생히 촬영해 머릿속에 저장해놓을 수 있도록. 유출 걱정 없는 홈메이드 야동이다.
조언 고맙다. 마지막으로 MAXIM을 위한 시 한 편 부탁한다.
MAXIM의 수위가 조금 더 높아지길 고대하며... 한 소절 읊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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