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꽃' 김성령 "첫 타이틀 롤 무사히 마쳐 다행"

입력 2015-08-31 08:26   수정 2015-09-03 16:01



데뷔 26년 동안 다양한 역할을 선보였던 베테랑 배우 김성령이 지난 8월 30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을 통해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캐릭터로 또 한 번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김성령은 아직도 새로운 캐릭터에 목마르다. ‘여왕의 꽃’이 김성령에게 각별한 의미로 남은 것도 그래서다.

“좋은 대본과 감독님, 동료 연기자들을 만나 너무 좋았어요. 처음부터 설렌 작품이었고, 궁금증이 있는 작품이었는데 잘 됐어요. 가슴에 남을 만한 작품이에요. 엔딩이 맘에 들게 잘 끝나서 아쉬운 부분은 없어요.”

‘여왕의 꽃’은 야망으로 가득 찬 여자와 그녀가 버린 딸이 재회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 두 모녀의 극명한 대결을 통해 이 시대 진정한 행복과 성공에 대한 가치를 담았다. 김성령은 이번 작품에서 타이틀 롤인 셰프이자 스타 MC 레나 정으로 열연했다.

“첫 타이틀 롤이었어요. 50부작을 조기 종영 안 하고 온 것도 고맙고, 배우로써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했던 작품이었어요. 이제는 주인공에 대한 미련을 비울 수 있었을 것 같아요. 훨씬 더 자유로워졌죠.”

레나 정은 보통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부모의 보살핌은 물론 너무도 가진 것 없이 자라 늘 결핍 상태의 인물이다. 영민하지만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가 커, 항상 뭔가를 움켜쥐려고 하는 캐릭터로서 살면서 사랑에 배신당하고 남을 불신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엔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한 남자를 통해서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다.

“레나 정은 욕심이 많은 여자긴 하지만 자기 삶에 대해서 포기하지 않고, 굉장히 용기 있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예요. ‘레나 정 같은 여자가 있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엄마들이 공감을 했을 것 같아요.”



김성령은 자신감 넘치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을 선보인 반면, 치열한 삶의 애환과 무게를 절절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몰입을 자아냈다. 그녀는 ‘여왕의 꽃’을 통해 다채로운 연기를 펼치며 톡톡 튀는 매력을 발산했다.

“레나 정이라는 인물이 감정이 센 역할이라 너무 힘들었어요. 그 과정을 이겨내 뿌듯해요. 김미숙 선배님도 힘들다고 하셨어요. 선배님이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까 고마웠죠. 힘들 때마다 힘이 됐어요.”

극중 김성령이 연기한 레나 정과 김미숙이 연기한 마희라는 악녀 끝판왕 대결을 펼친다. 김성령은 출세에 눈 먼 야망 있는 여인부터 딸로 인해 변모하는 과정까지 다양한 심리 변화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김미숙은 아들의 성공과 부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짓밟아버리는 그릇된 모성애 연기와 매회 음모를 꾸미는 악역 연기로 시청자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김미숙 선배님이 주인공은 아니지만 중심을 잡아주시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알게 해줬어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돼야죠.”

‘여왕의 꽃’을 끝낸 김성령은 섭섭함을 크게 느끼고 있다. 이제 레나 정이 아닌 김성령으로 돌아올 시간이니까.

“‘한 작품 끝나면 빨리 빠져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느꼈던 좋은 기운들을 오래 가져가고 싶어요.”



67년생, 많은 이들에게 도도한 여인으로 기억되는 김성령도 나이를 먹어버렸다. 하지만 20대 데뷔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아름답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

“많이 달라졌어요. 물론 변함없으려고 노력하죠. 나이를 먹으면서 이해심이나 여유 같은 것은 조금쯤 늘었지만 꼭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던 마음,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순수한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어요. 운동 열심히 하고, 잘 먹고, 유하게 마음먹으려고 노력해요.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려고 노력해요.”

김성령을 지금까지 오게 만든 것은 일에 대한 욕심, 그리고 자신과의 변함없는 약속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며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이해심도 커지는 순간, 김성령의 마음도 풍요로워진 것은 물론이다.

“저는 자신에게는 부정적이고, 남에게는 긍정적이에요. 부족해야 열정을 가질 수 있어요. 부족함은 제 삶의 원동력이죠. 그런 면이 한편으론 안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찌 보면 나를 지켜준 버팀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 자신에게 고맙기도 해요. 연기, 감독, 동료 배우들과의 관계, 하고 싶은 것을 못 하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 다이어트, 친구들과의 만남 등 못 채우는 것 때문에 실망스러울 수 있는데, 제가 극복할 과제죠.”

요즘 김성령의 고민 역시 연기에 집중돼 있다. 어머니 역을 제안 받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자신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성령은 지금도 새로운 역할을 갈망하고 있다.

“배우 입장에서 다양한 연기를 해야겠다는 욕심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거니까 어쩔 수 없죠. 원치 않은 인물을 연기해도 다른 인물로 만들어가면서 공부하는 기회를 갖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음 작품은 중년의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역할도 중요하지만 좋은 감독님과 좋은 대본을 만나고 싶어요. 독립 영화나 저예산 영화도 하고 싶고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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