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에 당첨됐지만..' 가족에게 말 못하는 이유

입력 2015-09-11 15:15  



평생 꿈꿔오던 로또 1등에 당첨된 30대 직장인 박주호(가명)씨. 그는 은행에서 당첨금 24억원을 받아 들고 감격에 벅찼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당첨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 무슨 사정인 걸까.

지난 5일, 직장인 박주호(가명)씨는 666회 1등 24억원에 당첨됐다. 거액을 손에 쥐게 된 박 씨는 환희의 순간을 가족들과 함께하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지 않고 친한 형에게만 당첨 사실을 밝힌 그는 앞으로도 가족들에게는 당첨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박 씨는 생산직 근로자로 일했다. 일은 고되고 여유는 없었지만 가족들에게 힘이 된다는 생각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하늘은 박 씨를 외면했다. 공장에서 일하던 그는 불의의 사고로 신체 일부를 절단해야만 했다.

불행은 연이어 찾아왔다. 박 씨는 사고를 이유로 일자리를 잃었고 가족들은 실의에 빠졌다. 불행은 연이어 일어났다. 박 씨의 형은 사업에 실패해 우울한 마음을 술로 달래다 운전대를 잡아 음주사고를 일으켰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정말 안 좋은 상황이었다"며 "사고 후 치료비와 보상금을 해결해야 하는데 해결할 사람이 저밖에 없었다. 전세금까지 빼서 간신히 막았다"고 고백했다. 사고로 몸이 불편한 그였지만 가족들의 힘든 모습을 보니 힘든 내색도 할 수 없었다.

사고 후 취업은 안되고 돈이 필요했던 박 씨는 로또 당첨이 절실했다. 그는 매주 25,000원씩 로또를 샀다. 조금이라도 당첨이 잘되고자 로또 정보업체를 통해 당첨 예상번호를 받기 시작한 그는 한 주도 빠짐없이 로또를 구입했다.

박 씨가 로또를 구입하기 시작한지 어느덧 4년 6개월이 지났다. 666회 추첨일 이던 9월 5일, 박 씨는 그날따라 일찍 잠을 청했다. 막 잠이 든 순간 `로또에 당첨됐다`는 로또 정보업체의 전화를 받았다.

꿈에 그리던 24억원의 주인공이 된 그는 주말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월요일이 돼서야 마침내 24억 원의 당첨금을 직접 수령했다.

박 씨는 아직 가족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지 못했다. 집안이 많이 어렵기 때문에 큰 돈이 생기면 문제가 생길까 차마 말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당첨금으로 가족이 진 빚을 갚은 후 추석 때쯤 가족들에게 당첨 소식을 알릴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웃으며 "저희 집은 누가 사고를 칠지 모르기 때문에 제가 비상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박 씨는 당첨 이후의 계획에 대해 "자신이 아직 혼자"라며 "집도 어렵고 몸도 다쳐서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 좋은 동반자를 만나고 싶다"고 소망을 남겼다.

박 씨의 자세한 사연은 로또 포털사이트의 당첨후기 게시판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사연이 공개된 로또 포털은 현재까지 로또 1등을 42명 배출해 국내 최다 로또 1등 배출기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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