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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목) 아침 정부 세종청사 출입기자인 본 기자는 평소와 같이 기재부 기자실로 출근해 조간 기사들을 보며 그 날 주요 일정을 챙기고 있었다.
오전 8시 조금 넘은 시각, 대변인실 관계자가 자료를 하나 건네주었다.
아침에 예정 없이 제일 먼저 받는 자료는 통상 급하게 처리해야하는 것들이 많아 기사작성을 위해 서둘러 봤다.
그리고는 내 눈을 의심했다. 보도자료가 아닌 공무원노조의 ‘성명서’였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아침부터 노조의 성명서를 대변인실 관계자가 직접 건네줬을까?
내용을 찬찬히 봤다.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동조합이 낸 성명서 제목은 `기재위 국감에서 벌어진 일부 국회의원들의 막말행태를 규탄한다` 였다.
그리고 첫 줄은
“지난 14~15일 이틀에 걸쳐 세종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의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할 수준의 막말이 있었다.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동조합은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 자질과 인격에 대하여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면서 이 성명서를 발표한다.” 로 시작했다.<성명서 내용 전문은 그대로 아래에 첨부합니다>
사실 지난 기재부 국감에서 야당(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발언이 좀 거칠기는 했다.
노조의 반발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기재부 대변인실에서 이렇게 직원이 직접 아침부터 보도자료 같이 나눠주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렇게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또 한번 내 눈을 의심하는 일이 벌어졌다.
휴대폰과 컴퓨터에 소리가 나서 봤더니, 모두 그 노조의 성명서를 보냈다는 문자였고 그 자료가 이메일에 도착한 것이었다.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의 지나친 언사에 정부 직원인 공무원노조 입장에서는 언짢을 수 있다.
그래서 성명서를 발표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기사화해달라고 기자에게 부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노조의 몫이다. 대변인실이 할 일은 아니다.
국민과 소통하고 나라정책을 잘 알려야하는 역할을 부여받아 나랏돈과 조직을 운용하는 대변인실이 노조 성명서 홍보에 조직과 행정력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불과 일주일전 기재부 기자실 기자 책상에는 다른 내용의 성명서가 하나 놓여 있었다.
세종청사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성명서였다.
그때 대변인실은 무관심했다.
어떤 직원도 자료를 나눠주지 않았고 어떤 행정력도 사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힘없는 청소노동자가 조용히 성명서를 기자 책상에 놓고 간 것이다.
이처럼 이번 공무원노조 성명서 홍보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형식도 그렇지만 성명서 내용 자체는 그 이상의 더 큰 문제가 많았다.
성명서에는 야당 의원들의 언사에 대해 “야만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공무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실상의 범죄행위”라고까지 표현했다.
“여기가 아프리카도 아니고...”라고 말한 한 여당(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으로 15일 기재부 국감장이 시끄러웠는데, 공무원노조는 이 보다 아예 한 걸음 더 나가 버렸다.
이 쯤 되면 노조의 반박 또는 규탄도 명분을 잃게 된다.
공무원노조는 또한 “공무원들이 야근을 일상으로 삼고 주말을 반납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새벽에, 또 휴일에 환하게 불이 밝혀진 세종청사에 단 한번이라도 와 본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기재부 공무원들이 국가경제를 위해 불철주야 일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성명서를 보면 공무원 노조가 아직도 국민 민심을 너무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과 다른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일부 공무원들은 성명서 내용대로 밤에도 휴일에도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대다수가 아니고 매일 그런 것도 아니다.
본 기자가 세종청사 출입하면서 늘 보고 있는 현실은 이렇다.
많은 공무원들은 저녁 6시 칼퇴근, 늦어도 6시30분 전후 퇴근을 하고, 7시만 되면 대부분의 사무실 불은 꺼진다.
휴일에는 극히 일부 사무실을 빼고는 세종청사 전체가 적막하다. 이게 팩트다 ....
한마디로 민간 회사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공무원들은 야근과 휴일근무를 할 경우 수당을 꼬박꼬박 챙길 수 있다.
하지만 민간회사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고 중소기업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민간 근로자는 늘 공무원이 부럽다.
야당 의원들은 국감에서 최경환 부총리를 비롯해 기재부 공무원들을 질타했다. 그 과정에서 과한 언사가 있었다. 이것 역시 팩트다.
그러나 왜 그런 언사가 나오고 왜 그런 언사가 국민에게 먹히는지 그 본질을 볼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는 정부 예측과 목표를 벗어나 계속 목표치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
특히 내수와 민생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가계부채와 나라 빚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향후 경제전망은 더욱 어둡다.
당연히 경제정책 컨트롤 타워인 기재부 그리고 기재부 공무원들 탓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다행히 최근 S&P에서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올려주어 분위기가 좀 나아졌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외교부 통일부의 외치 성과로 대북 리스크가 줄면서 얻은 결과다. 기재부의 경제정책 성과는 아니다. 최소한 S&P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결코 기재부 공무원들의 정책적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자신감 그리고 비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지나친 민감함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이번 국감중에는 기재부 공무원들이 국내외 연수 후 제출한 대다수 논문과 보고서가 표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일인당 1억원에 가까운 나라 예산을 투자한 엘리트 공무원들의 연수결과물이 표절이라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여기에 기재부는 노동개혁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임금피크제 도입과 근로자 해고요건 완화에 나섰다.
민간 기업은 원래 정년을 채우지도 못하는 게 현실인데, 이제 더 일찍 아예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민간 근로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런데 그 노동개혁을 이끄는 기재부 공무원들은 해고는 남의 나라 일이다. 정책실패 잘못은 책임추궁을 할 수가 없다.
야당 의원들은 그래서 지금의 경제정책을 주도한 기재부 공무원들이 막대한 나라 돈을 쓰면서 업무를 잘 못한 것 아니냐?
그러면 기재부 공무원부터 해고요건을 만들어야하는 거 아니냐? 이런 원론적인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그 표현이 과한 것은 문제다. 그러나 지금 서민 근로자들의 마음을 대변해 준 측면이 있는 것이다.
국민이 바보는 아니다. 이제는 몰지각한 일부 의원들의 국감 ‘쇼’는 충분히 구분한다. 더 이상 그런 ‘쇼’에 국민이 속지 않는다.
그 자체로 판단을 한다.
그런데 그런 것 자체를 이번 노조 성명서는 무시하고 있다.
아직도 국민을 판단미숙의 존재로 여기는 생각이 성명서 내용에 깔려 있다.
우리 사회에 ‘모피아’라는 말이 있다.
‘모피아’는 지금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무부 출신인사를 지칭하는 말로, 재정경제부(MOFE, 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모피아는 재경부 출신들이 산하기관을 장악하는 것을 마피아에 빗댄 표현으로, 흔히 재무관료 출신이 마피아처럼 거대세력을 구축해 경제계를 장악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금 기재부 공무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겠지만 아직도 대다수 국민들은 ‘모피아’라는 말에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어떤 공무원 집단 보다도 더 큰 견제 심리가 기재부에 작용하고 있다.
또한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공무원 중에서도 가장 엘리트 집단이고 우리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중요한 인물들이다.
그래서 다른 한편으로는 더 큰 책임이 있다. 국민은 그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 국민은 기재부 공무원들에게 묻거나 따질 공간과 시간이 없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에게 그 권한을 위임했고 그 의원들이 지금 서민 근로자를 대신해 기재부 공무원들에게 묻고 있다.
국정감사 자리를 통해... 경제정책을 정말 잘 펼친 것인가? 노동개혁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일은 성실하게 하고 있는가? 이렇게...
조금 언사가 과했다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본 기자도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국감기간 중 국민이 부여한 예산과 조직을 역으로 활용해 불필요한 논란을 키우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엘리트 공무원집단인 기재부 공무원들이 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대변인실이 할 일은 더욱 아니다.
지금 기분이 조금 나쁘더라도 성실히 국감을 받고 나라경제를 살리는데 매진할 때다.
그것이 기재부 공무원들이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국회의원들을 진정으로 이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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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동조합 성명서]
제목: 기재위 국감에서 벌어진 일부 국회의원들의 막말행태를 규탄한다.
지난 14~15일 이틀에 걸쳐 세종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의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할 수준의 막말이 있었다.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동조합은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 자질과 인격에 대하여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면서 이 성명서를 발표한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자리이므로 우리 행정부 공무원 모두는 국회의원의 정당한 비판과 대안 제시에 대해 언제나 환영하고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모 의원은 인신공격성 발언과 함께 기획재정부를 “재벌장학생”이라고 표현하였고, 또 다른 모 의원은 기획재정부를 “한국경제를 망친 주범”, “재벌의 하수인”이라면서 “기재부 관료들부터 해고하라”는 야만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우리는 이러한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면책특권을 악용하여 기획재정부 공무원, 나아가 행정부 공무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실상의 범죄행위라고 확신한다.
기획재정부 공무원 모두는 경제발전과 국민행복을 위한다는 일념으로 야근을 일상으로 삼고 주말을 반납하며 일하고 있다. 격려는커녕 사기를 바닥까지 떨어뜨리는 행태가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이 할 일인가?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정쟁만을 일삼고 국민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하는 국회의원들로부터 막말을 들을 대상이 결코 아니다.
국회의원들은 새벽에, 또 휴일에 환하게 불이 밝혀진 세종청사에 단 한번이라도 와 본 적이 있는가?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에게 국정감사의 권한을 주었을 뿐 공무원들의 인격을 훼손할 권한은 주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함량 미달 국회의원의 행태에 대해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동조합은 강력히 규탄하며, 향후에도 이런 행태를 계속하는 경우에는 더욱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여 대응할 것이다.
우리는 정당한 비판이 아닌 부당한 인신공격을 통해 이득을 얻고 지역구민들에게 이름을 알리려는 C급 정치인들의 얄팍한 술책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반드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임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
2015년 9월 17일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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