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생활염증의 발산을 허(許)하라"

입력 2015-09-22 08:59  


염증과 암은 우리를 아프게 하고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는 불편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염증과 암이 없다면 건강할 수 있고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은 누구나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 아픔 즉 염증의 발산은 사실 우리 몸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비록 생명을 위협하는 염증과 암일지라도 말이다. 생명을 빼앗는 염증이 필요하다니 역설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보다 작은 소규모의 염증 때문에 발생하는 통증은 우리 몸이 면역력을 회복하는데 꼭 필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말들이 당연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생소하고 아직 정리되지 못한 개념이다. 지금까지 의학계에서는 염증을 몸의 필요한 메커니즘으로 생각하면서도 이율배반적으로 그것을 없애기 위해 몰두해 왔다. 우리를 괴롭히는 염증들을 약화시킬 수 있는 신약들이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치과의사로 환자를 치료하고 자식을 키우고 살아오며 다양한 염증들을 경험하였다. 그것은 고열을 동반한 급성염증부터 작게 올라오는 피부의 염증들까지 다양하다. 구강의 염증을 치료할 때가 많지만 안타깝게도 환자의 고통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대 의술의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사실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의사들 중 하나다. 모든 의사들은 환자가 고통을 느끼며 자신을 찾아왔을 때 드라마틱하게 치료해주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 의사들은 언젠가부터 염증과 통증을 줄이고 피하게 하는 사명에 짓눌려 버렸다. 염증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아픈 환자에게 "기다려야 한다"라고 말했다가는 욕을 먹을지도 모른다.

염증을 발산하게 하지 않고 눌러 억압하고 소멸하는 것은 당장에는 환자와 의사에게 좋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몸에 염증과 통증이 생겼을 때 바로 약을 먹거나 병원으로 달려가게 되었다. 그리고 병원에선 약을 처방한 뒤 빼먹지 말고 다 먹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현재의 모습들이 문제라니 이 글의 독자들은 도대체 어리둥절할지 모른다. 그러나 염증이 불충분하게 발산된 상태에서 몸의 염증현상을 자주 약으로 방해하게 된다면 그것은 더 큰 화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염증의 발산을 허락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염증을 억누르기만 할 것이 아니라 표현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왜 염증이 발산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걸까? 그것은 염증을 일으키기 위해 증가된 몸 안의 과립구들(백혈구의 일종)이 줄어들 때까지 약 3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소염제를 복용하면 염증의 발산기를 편안히 지나갈 수 있지만 이런 일을 자주 겪게 되면 우리 몸의 정상 메커니즘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과립구들의 증가가 지속되어 더 큰 염증이 발생하거나 성격이상(예를 들어 화를 잘 내거나 지나치게 예민한 성격), 알레르기성 체질로의 변화 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염증기를 기다리는 것이 환자의 의무라고 한다면 염증을 발산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치료하는 의사의 역할이다. 의사는 소파술을 통해 염증조직을 제거하거나 염증의 분비물인 고름을 빼주거나 음식 조절법을 알려준다든지 하여 염증의 발산기 동안 조직파괴를 줄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치과에서는 신경(치수)의 염증을 국소적인 항염증 약물을 사용하여 억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임상현장에서 보면, 먹는 약복용이나 국소적 약물을 통해 억제만 하여서는 염증이 쉬이 낫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염증의 발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때 약물제거, 완압 등의 조치를 통해 염증의 발산을 도와주면 결국 몸은 스스로 치유하게 된다. 치유력이 결국 면역력이므로 염증의 발산을 통해 면역력이 강해진다는 의미가 있다.

염증의 발산은 환부에 통증이 생기거나 온몸이 아프게 되는 증상으로 알 수 있다. 따라서 그 아픔이 비록 불편하다 하더라도 우리는 염증의 표현을 막고 그 시기를 편안히 지나갈 수 있는 것인지를 재고해야 한다.

염증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과정이다. 한 염증을 위해 준비된 에너지의 발산을 막는다면 그 에너지는 다른 더 큰 염증을 만들게 될 것이다. 사람마다 부위마다 다양한 염증들을 자세히 연구 관찰해보면 공통된 독특한 현상들이 있다. 염증이 발산된 후에 낫는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누르고 덮으려고만 해서는, 염증은 매우 지능적으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피부염으로 고생하면서 일찍부터 참는 법과 절제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리고 이 숙원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에서 의학을 선택하고 지금껏 염증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염증을 새롭게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이 억누르기만 하는 식의 치료는 옳지 않다는 이야기다. 생활 중에 일어나는 작은 피부염부터 배탈, 감기 같은 증상이 있을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환자는 이제 바로 알고 염증을 발산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쉬어주어야 한다. 그 염증의 강도가 자신이 받았던 스트레스의 결과란 걸 주지하고 일하고 고민한 만큼 쉬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필자_ 치과의사 송현곤

17년 경력의 치과의사. 2014년에 한의학과 양의학을 융합적으로 연구한 `생로병사 신비의 메커니즘` 책을 출간했다. 현재는 신의학 지식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유튜브에 `내몸학당`을 열어 전문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동영상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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