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반려동물 학대 사건이 사회적으로 이슈였습니다. 벨지안 셰퍼드를 치료한 걸로 알려졌는데, 수술경과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처음 셰퍼드를 만났을 때, 사람을 많이 경계하고 무척 사나운 상태였습니다. 진정을 위해 마취를 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정수리가 3cm정도 함몰되어 있어서 CT를 찍었고, 쇼크치료와 함께 뇌 손상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저희 의료 스탭 7명이 약 2시간 가량 수술을 진행할 정도로 대규모 수술이었죠. 함몰된 두개골에 티타늄 매쉬를 부착해 두개골 복원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향후 외부에 손상이 오더라도 뇌가 직접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하는 조심스러운 수술이었습니다. 다행히 수술 경과는 좋은 편입니다.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생명이 위독한 동물들을 치료해왔는데. 언제부터 시작하게 되었나요?”
카라, 케어, 동물학대방지연합 등에서 구조한 위독한 동물을 치료해온 건 대략 병원설립 초기인 2009년부터인 것 같습니다. 주로 일반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해서 고난도 수술이 필요한 위급한 동물들을 치료해왔죠.
1년에 환자수가 20~30마리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4:1 비율로 강아지가 다수이고 고양이도 일부 있습니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오는 환자가 가장 많은 편입니다.
“주로 고난도 외과수술을 집도해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보람이 되는 수술은 어떤 수술인가요?”
사실 반려동물의 치료에 있어서 보호자와 반려동물과의 교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 분 중에 생활보호 대상자 할머니가 계셨는데, 동네 병원에서 치료해도 되는 정도인데도 강아지를 끔찍이 아끼셔서 저희 병원까지 데려와 치료를 받게 하신 적이 있습니다. 반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데도 동물치료에 인색하신 분들도 종종 계시죠. 치료를 의뢰해 놓고 유기하는 케이스도 있고요. 혹은 안락사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수의사로서 매우 안타까울 뿐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에서 그 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수술방법들을 강의나 논문을 통해 발표하고, 직접 수술을 시도했을 때입니다. 전십자 인대 파열시 시행하는 ‘CTWO(Cranial Tibial Wedge Osteotomy)’라는 수술인데요. 동물의 무릎 쪽 전십자 인대가 파열되었을 경우, 보통 기존의 수술법대로라면 관절염이나 다리를 저는 등의 후유증이 남기도 하는데, 2006년부터 CTWO 수술법을 도입하면서, 기존의 후유증 없이 거의 90%이상 정상 수준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술 누적횟수로 학계에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수의사로서 보람이나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수술 후 반려동물들이 정상적으로 회복된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저희 병원은 백내장 수술과 목, 허리 쪽 디스크 수술의 성공률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백내장 수술의 경우, 보통 한 눈에 15분 정도 수술시간이 소요되는 편인데, 수술 후 정상적으로 사물을 보고 보호자와 교감하는 것을 볼 때 매우 뿌듯하죠. 디스크의 경우 타 병원에서 3-4번 수술해도 회복이 안되던 동물들이 저희 병원에서 재수술하여 정상적으로 걷고 뛰는 걸 볼 때 수의사로서 큰 만족감을 느낍니다.
“국내에서 수술실적이나 수의사 추천 건수 면에서 명실공히 국내 1위라는 평가를 받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수의사로서 철학이나 앞으로의 비전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반려동물 시장이 최근 활황이라고는 하지만, 저는 사업을 확장하기 보다 지금처럼 보호자 한 분 한 분이 만족하시고, 모든 동물환자들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목적입니다. 제가 60~70대가 되더라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수술 현장을 지키고, 또 학술활동도 지속할 계획입니다.
또, 지난 2013년부터 모교인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내리사랑 장학회’에 매년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는데, 후배들이 훌륭한 수의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평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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