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오디션, 새로운 사육의 시작일까… '슈퍼스타K7'부터 'K팝스타'까지

입력 2015-10-0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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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신드롬을 일으킨 `슈퍼스타K7`, 대형 연예기획사의 영입전 `K팝스타` (사진 = CJ E&M/SBS)


오디션 프로의 흥행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오디션 신드롬을 일으킨 `슈퍼스타K`의 흥행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어 보인다. 시청률이나 화제면에서 모두 만족할만한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대한 원인으로 대개 답습적인 프로그램 포맷이 지적된다. 세세하게 보면 장치들의 변화가 있어 보이지만 크게는 별 차이가 없으니 말이다. 

여러 차례 나눠진 예선과 본선 그리고 심사위원 앞에서 노래를 경연하는 방식에는 변함이 없다. 이 때문에 오디션 프로의 참신함보다는 식상함이 우선돼 시청자는 물론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한다는 점은 사실일 것이다. 슈스케만 놓고 보면 더욱 그럴 법하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적어도 `케이팝스타(K팝스타)`는 오디션 프로의 지리멸렬함을 극복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애초에 오디션프로가 관심을 모은 것은 단순히 음악 활동의 데뷔 기회를 잡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음악 활동자체 보다는 대박의 꿈이 강하게 작용했다. 그 정도의 욕망이 아니라면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감내하기란 더욱 힘들 것이다. 특히 대형 연예기획사를 통해 일약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욕망이 작용하고 있었다. 

슈스케 초기에는 기획사들은 시청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냥 프로그램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쓸만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캐스팅용 시청이었다.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강력한 흥행 수표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수개월 동안 이뤄지는 오디션 방송은 자연스럽게 홍보효과가 있기 때문에 기획사가 부담해야할 홍보 마케팅 비용과 수고를 덜어줄 수 있고 상대적으로 높은 성공가능성이 예측됐다. 

이 때문에 초기의 오디션 출신 가수들은 방송중에 연예기획사에 캐스팅됐다. 우승자가 아님에도 소속사를 일찌감치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몇 가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들의 성공이 그렇게 장밋빛 전망과 부합하지 않았다는 것과 인기가 충실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텔레비전과 인터넷에서는 화제가 됐지만, 실제적인 충성도는 약했던 것이다. 오디션 출신이라는 브랜드는 초기만 차별성이 있었을 뿐 해가 갈수록 희미해졌다. 너무 많아져서 분별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또한 그들은 각 소속사의 취향이나 기회에 맞을 수 없었으며, 다시금 그에 맞는 트레이닝과 매니지먼트를 가해야 했다. 이렇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자신들의 기호나 성향에 맞는 이들을 직접 트레이닝을 시키면서 식구로 만들 수 있으면 좋을 법하다. 대형 기획사들은 방송국의 오디션 프로 참여에 적극 나섰고, 흥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평소하던 대로 관리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이들을 자기 휘하로 포획(?)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기획사는 발굴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신인을 직접 키워가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이는 아티스트라기보다는 하나의 상품이나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관점에서 멀지 않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한국 사회전체가 어떤 가르침을 받고 그것을 그대로 따르는 사제 교육 방식에 익숙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전혀 낯설지 않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각 개인의 자율성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아티스트 에이전시 개념이 강할 수 밖에 없다. 인위적으로 키우고 육성하기 보다는 각 개인의 역량을 살리면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후속 조치를 취한다. 즉각적으로 대중의 눈을 휘어잡을 뮤지션들이 대거 발탁되지는 않지만, 자기만의 예술적 색깔을 지닌 이들이 등장하는 토대가 튼실하게 갖추어진다. 물론 이러한 행위들은 위험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이 숨어 있었다. 

어쨌든 많은 뮤지션들이 대형 기획사의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포진하고 있는 오디션 프로에 지원했고, 그렇지 않은 오디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훌륭한 지원자가 많을수록 그에 따르는 주목되는 올라가기 마련이다. 음악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정작 음악성이 없다면, 아무리 스토리텔링을 강화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도전자의 스토리를 보려면 다른 감성 다큐를 볼 일이다. 더구나 감성 스토리는 이제 웬만한 것들이 다 나온 터이다. 더구나 스타만들기에 대한 압박감도 작용하였다. 음악자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지만 그 음악성과 스타성은 다른 문제이다. 시장은 스타를 원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한 스타성은 대형기획사에 먼저 포착되는 법이다.차라리 이러한 참여자들의 대중적인 음악 활동이 아니라 음악적 정체성을 명확하게 설정, 보장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혹자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음악적 다양성을 넓히는 데 기여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소 기획사가 다양하게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만든다. 대형기획사가 방송사와 손잡고 적극적으로 오디션에 개입하는 것은 이런 다양성과 배치될 수 있다. 시장 지배자의 힘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한국 기회 매니지먼트의 모순을 깊게 할 수 있다. 

우리 `케이팝`의 모순 가운데 하나는 사육당하는 것이다. 합숙 트레이닝이라는 이유로 특정 공간에 갇혀서 일정한 형식과 테크닉을 습득하고 그것에 맞게 활동을 해야 한다. 자율적인 음악인과는 거리가 멀다. 마치 닭장이나 축사에서 사육되는 동물과 같다. 원하는 산출물을 그대로 뽑아낼 수 있는 존재 말이다. 오디션 프로를 보면, 사육당하는 모습이 여전하다. 심사위원들은 참여자들에게 평가를 하고 이를 수용하기 바쁘다. 

부정적으로 말하면 잘못했다고 말하고 고치는 것을 당연시 한다. 칭찬을 들으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심사위원들의 마음에 들게 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할 뿐이다. 심사를 하는 그들도 결국은 음악 수용자들에게서 반응을 봐야 하는 창작자에 불과한데 말이다. 그들이 말하는 것이 정답일리가 없는데 이에 대한 반대나 이의제기는 없다. 

오디션장은 한방향에서 교정하고 훈육 당한다. 모난 곳은 깎이고, 나온 것은 두드려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시간이 걸려도 스스로 자신이 생각하고 그것의 사유를 통해 자기동력적인 발전을 이루는 것은 부차적이다. 입시교육이 연상된다. 모범답안을 학원 수업을 통해 잘 숙지해 수학시험에서 우수한 점수를 얻지만 정작 우수한 수학 학자가 되지 못하는 현실과 닮았다. 그들이 창조적 재생성을 가지고 오래 활동하는가는 부차적일 수 있다. 당장의 시청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그들이 성공해야 지원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성공은 그들이 대형 기획사의 프리미엄을 많이 얻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형기획사는 답을 알고 있을까. 그들도 알 수는 없다. 그래서 방송 오디션의 자리에 나온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대규모 물량 공세를 통해 다른 기획사보다 우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지속적으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인간의 자율성에 창작 활동을 내놓은 것과 소수 엘리트들이 훈육하는 방식, 과연 누가 이길까. 그것은 시장주의와 공산주의의 예와 비슷하다. 당장에 소수 엘리트 방식은 큰 효과를 낳지만 장기적으로 아집과 독선에 빠진다. 그러나 자생적 질서에 놓을 경우, 알아서 그에 맞는 결과를 날을 것이다. 쇼는 쇼일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전반적으로 획일화되고 있는 참여자들이다. 그것은 잠재적 참여자들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오디션 프로가 강력하게 부딪히는 장애는 스스로 만들어낸 음악적 획일성인 것이다. 그것은 한국대중음악의 새로운 장애물이고 이는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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