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이 심장병, 암 등 상당히 광범위한 질병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 과학자가 제1저자로 참가한 미국 보이스 톰슨 연구소(BTI: Boyce Thompson Institute) 연구팀은 아스피린의 주요 분해산물인 살리실산이 염증 관련 질병들을 유발하는 HMGB1 단백질을 억제하며 이것이 아스피린의 광범위한 효능을 가져오는 이유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10일 보도했다.
HMGB1 단백질은 심장병, 류머티즘 관절염, 패혈증과 대장암, 중피증 같은 염증관련 암 등 많은 질병과 연관이 있는 단백질이라고 연구팀을 지휘한 대니얼 클레식 박사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배양된 인간 조직세포 실험을 통해 살리실산과 결합할 수 있는 단백질들을 추려낸 결과 살리실산이 HMGB1 단백질과 결합, 이 단백질의 활동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HMGB1 단백질은 통상 세포핵 안에 있지만 손상된 조직이나 일부 면역세포 또는 암세포에 의해 혈액 속으로 방출된다.
이 단백질이 혈액 속으로 들어오면 감염 차단과 손상된 조직의 수리를 담당하는 면역세포가 출동하면서 염증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살리실산이 면역세포의 동원과 활성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한 사람의 혈중 살리실산 농도로도 이러한 효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논문의 제1저자인 최형우 연구원은 살리실산의 효능을 근거로 일부 과학자들은 살리실산을 `비타민S`라고 불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자신도 이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아스피린의 진통 효과는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호르몬 유사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 분비 효소 사이클로옥세게나제1과 2(COX-1 COX-2) 차단하는 데서 오는 것으로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스피린은 체내에서 빠르게 살리실산으로 전환되며 아스피린이 살리실산으로 바뀌면 COX-1, C0X-2 효소를 억제하는 능력이 훨씬 떨어진다.
그런데도 아스피린의 약효가 유지된다는 것은 살리실산이 다른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판단하고 연구에 착수하게 됐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살리실산보다 HMGB1 단백질의 염증유발 억제 효과가 훨씬 강한 두 가지의 살리실산 유도체를 찾아냈다.
하나는 시험관에서 합성했고 또 하나는 한방에서 사용되는 감초에서 추출했다.
이 살리실산 유도체들은 살리실산이나 아스피린보다 HMGB1 단백질의 염증유발 억제 효과가 50~1천 배나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분자의학`(Molecular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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