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실효환율(REER)로 따졌을 때 지난 5년간 원화의 절상폭은 주요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제결제은행(BIS)의 월간 실질실효환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곳과 브라질과 인도, 중국, 러시아 등 4개국 가운데 실질실효환율이 6번째로 높았다.
실질실효환율은 각국의 물가와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 대비 자국 통화의 대외 가치를 측정하는 데 이용되는 것으로 기준점 대비 환율이 높아지면 통화의 구매력은 커졌지만, 수출경쟁력은 낮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BIS가 매달 발표하는 실질실효환율은 2010년 100을 기준으로, 61개 국가의 통화가치를 반영해 산출한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실질실효환율은 108.33으로 지난 2014년 3월(107.89) 이후 1년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38개국 가운데 8개 국가를 제외하고는 모든 국가의 실질실효환율이 기준점 아래로 떨어졌다.
우리나라보다 높은 곳은 중국과 아이슬란드, 미국, 영국, 스위스 뿐이었다.
특히 중국은 130.94까지 올라 실질실효환율 절상폭이 가장 컸다.
미국(114.05)과 영국(117.13)은 경제성장률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실제로 명목 통화가치 절상폭이 컸다.
아이슬란드는 물가 상승과 성장률 호조로 올해 이미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크로나화가 달러화와 유로화에 대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스위스 통화인 스위스프랑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유로와 엔화가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으로 절하되는 사이 강세를 나타냈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절상폭이 컸던 것에 대해 "(한국이) 일본과 미국, 유럽과 교역 비중이 높은데, 이런 부분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여타 국가의 적극적 통화완화로 원화의 절하폭이 적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화와 엔화의 9월 실질실효환율은 각각 92.43, 72.59를 나타냈다.
3분기를 기준으로 봤을 때도 추세에는 거의 변함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109.33으로 앞서 언급한 국가들 다음으로 높게 나왔다.
실질실효환율이 가장 많이 떨어진 국가는 신흥국 위기 때마다 거론되는 브라질(64.18), 터키(77.09) 등이었다.
원자재 가격 폭락의 여파도 실질실효환율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기침체를 나타낸 원자재 부국 캐나다도 80.97까지 하락했고, 천연자원이 풍부한노르웨이의 크로네는 83.45를 나타냈다.
중국발 수요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철광석과 석탄 등이 풍부한 호주의 호주달러도 86.78로 절하폭이 두드러졌다.
한편 전날 원·달러 환율은 1,131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10원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3분기에 평균 1,169원을 기록했다.
홍석찬 연구원은 "최근 환율이 많이 빠지면서 단기 조정을 받았지만 4분기에는 1,175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에는 1,200원선에 안착하며 원화는 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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