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원의 스물아홉은 특별하다

입력 2015-10-22 11:32   수정 2015-10-22 23:35



[조은애 기자] “다른 작품을 할 땐 이런 적 없었는데 정말 어제 잠을 한 숨도 못 잤어요” 인터뷰에 앞서 주원의 표정은 살짝 상기돼 있었다. 영화 ‘그놈이다’의 언론배급시사회 다음날이었던 21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어제 기자 분들과 처음 영화를 보고 너무 떨렸어요. 나름 변화를 많이 준 작품이라 그런지 더 애착이 가요”라고 운을 뗐다.

주원은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그놈이다’를 통해 생애 첫 미스터리 스릴러물에 도전했다. 그는 여동생을 죽인 범인을 쫓는 남자, 장우 역할을 맡았다. 주원에게 이번 영화가 특별했던 건 다름 아닌 ‘연기 변신’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 속에는 SBS 드라마 ‘용팔이’에서 의사 가운을 걸친 말끔한 주원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웬 꼬질꼬질한 행색의 남자가 등장한다. 심지어 단벌신사다. 그 또래 20대 배우들이 으레 갖는 ‘멋있고 예쁜 역할’에 대한 욕심은 없는 걸까. 주원은 “스크린 속 꼬질한 모습이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멋있어야 되고 화면에 예쁘게 나와야 하고 그런 것들이 저는 되게 불편하거든요.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헝클어질까봐 조심해야하는 예쁜 역할 보다 이에 고춧가루가 껴도 상관없는 장우 역할이 오히려 편했어요”라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그는 영화 ‘그놈이다’와 드라마 ‘용팔이’를 선택한 이유는 같다고 했다. 스물아홉이 되던 순간 이제 그동안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작품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가장 신경 썼던 건 소년, 청년, 순수 이런 이미지가 없는 역할을 맡고 싶었어요” 이런 캐릭터 욕심 때문이었을까. 그는 ‘그놈이다’를 찍으며 8kg를 찌웠고 이후 곧바로 시작된 ‘용팔이’ 촬영을 위해 다시 8kg를 ‘급’감량했다. 정반대의 캐릭터를 공백 없이 연기하며 힘든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아무래도 외형적 변신을 급하게 한 부분이 있죠. 하지만 캐릭터가 너무 극과 극이어서 오히려 편했어요. 비슷해 보일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요”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쉼 없이 작품을 하게끔 이끄는 원동력에 대해 그가 꼽은 건 바로 ‘욕심’이었다. 주원은 “시나리오를 받고 ‘아 이건 내가 꼭 해야겠다, 남 못 주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 있거든요. 놓치면 후회할 것 같단 생각에 덥석덥석 배역을 맡다 보니 쉼 없이 하게 됐네요”라고 웃어 보였다.

이처럼 평소 ‘내가 욕심나는 캐릭터를 선택한다’라는 뚝심으로 작품을 고른다는 그가 ‘그놈이다’의 장우를 선택한 이유는 뭐였을까. 그는 “장우 역할이 지금 저한테 필요했던 변화를 주기에 딱 좋은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장우는 원래 거친 사람이 아닌데 동생을 위해 무리하는 캐릭터거든요. 원래 유약했던 사람이 거칠게 변한 모습이 더 와닿는 거죠. 그런 점이 제 변화에 대한 욕심과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불쑥 나이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제가 곧 서른이잖아요. 예전부터 연기적으로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한 시기가 딱 지금이에요. 30대 배우로 넘어가는 과정 중에 이런 캐릭터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왔어요”라고 전했다.

주원은 조금 특별했던 ‘그놈이다’ 촬영 현장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영화는 유난히 좋은 기억이 많아요. 워낙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공동작업의 묘미를 절실히 느꼈달까.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배우와 감독님만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달려들어서 해결하려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래, 이거지’ 싶었어요. 우리가 한 방향을 향해 손잡고 가는 느낌, 그래서 점점 좋아지는 작품이었어요. 배우들이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 기운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연기 욕심으로는 누구에게도 안 질 것 같은 그가 요즘 가장 하고 싶은 역할은 무엇일까. 그는 주저 없이 멜로를 떠올렸다. “진짜 찍고 싶은 건 멜로에요. 근데 꼭 누가 울고, 아프면서 끝나는 슬픈 멜로 말고 정말 미치도록 사랑하는 두 사람을 그린 정통 로맨스물을 해보고 싶어요. 영화 ‘노트북’의 두 주인공이 젊은 시절 서로에게 미쳐 있잖아요. 그런 역할을 꿈꿔요”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변화’, ‘서른살’.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들이다. 올해 스물아홉인 그에게 서른의 의미는 도대체 뭘까. 주원은 “20살 때의 저는 순진무구 그 자체였던 것 같아요. 그냥 무작정 열심히 했고요. 저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을 볼 때 물론 원숙한 남성미, 섹시함 이런 것도 멋지지만 나이들면서 생기는 여유가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요. 20대를 돌아보면 그게 가장 힘들었고, 30대가 되면 그런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작품을 위해 시간을 쏟아 붓고 개봉을 기다리는 여유 같은 것? 그런 것들이 30대가 기대되는 이유에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심지어 외모의 변화도 반가웠다고 한다. 주원은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는데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지나온 세월이 조금이나마 내 얼굴에 담겨있고, 앳된 모습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서 너무 좋았어요”라며 “저는 서른이 굉장히 기대돼요. ‘남자는 30부터’라는 말도 있잖아요.(웃음) 배우도 똑같은 것 같아요. 특히 ‘앞으로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떤 작품을 하게 될까’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설레요”라고 덧붙였다.

이미 주원을 다룬 수많은 인터뷰 기사에서 볼 수 있듯 그는 진중하고 반듯한 모습이었다. 일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해맑다가도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면 눈빛은 금세 힘 있게 반짝였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는 그에게도 일탈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을까. 그는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서 해요. 근데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은 쉬어도 마음이 안 편할 것 같아요”라며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로 남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행복을 주는 연기자”를 떠올렸다. 그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 ‘인턴’을 보면 왁자지껄하게 웃기는 것도 아니고 거창한 주제를 가진 것도 아니지만 깊은 울림을 주잖아요. 그런 소소한 행복으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그런 연기를 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라는 진중한 바람을 남겼다.

스물아홉이라는 나이는 오묘하다. 적당한 여유와 계산을 할 줄 아는 이 묘한 나이의 끝자락에 선 주원은 30대를 맞이함에 앞서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멋진 30대의 시작을 위해 열정을 불태울 수도 있고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도 있을 터. 주원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특별한 그의 스물아홉, 그리고 기대되는 그의 30대다.


(사진=영화인)


eu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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