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부터 시작되는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은행권이 금리와 수수료, 대출 혜택을 내세워 막바지 고객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은행간 출혈경쟁 이면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계좌를 옮기려 할 때 긴 안목의 선택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계좌이동제를 목전에 둔 은행권은 너나 할 것 없이 충성고객은 잡고 경쟁사 고객은 빼앗기 위해 금리는 더 제공하고 수수료 부담은 낮추는 파격적인 혜택을 알리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일부 은행은 아예 알토란 같은 수익원이었던 전자금융·타행환 수수료를 포함해 창구 거래의 모든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하는 등 계좌이동제 총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재직·소득증명 없이 단 1건의 이체·카드 실적만 있어도 거액을 대출해 주는 곳이 나올 정도입니다.
얼핏 보면 밑지는 장사, 남는 것 없는 장사 아닐까 싶지만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주거래계좌의 경우 이자가 거의 없어 저비용 자금조달이 가능하고, 이동 고객을 다 모아 놓으면 대외적으로 밝히는 고객 수, 이를 통한 마케팅·이미지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고객에 혜택을 부여해도 예금·대출보다 돈이 되는 계열 금융사의 상품가입을 유도하는 ‘크로스셀링’에 나서면 계좌이동 마케팅 비용을 메우고도, 더 큰 수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A은행 리테일 부문 관계자
“그런 이동한 고객들 대상으로 `크로스 셀링`(교차·연결판매)하면 되겠죠. 다른 상품이라든가 복합거래 유도해서..우선 주거래고객으로 만들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자, 수수료, 대출 생각에 무작정 옮기기 보다는 종자돈, 결혼, 출산, 주택구입, 은퇴 등 라이프 사이클과 종합 재테크 플랜을 감안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은행도 단기 실적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Needs)를 찾아 꾸준히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B경제연구소 관계자
“제도를 정착하고 은행간 비용경쟁 줄이려면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 감성적 가치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소비자 편익, 금융 선택권 확대가 계좌이동제의 기본 취지이지만 고객이 아닌 은행 입장만 앞세워서 제도 자체가 실패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얼마든 지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도를 넘는 과도한 혜택은 결국 소비자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만큼 과열된 경쟁을 자제하고 합리적인 제도정착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시점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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