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들이 시청률이 높은 프로야구 경기에 반복해서 광고를 트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태생적으로 일본계 대부업체로 분류되는 기업의 이름을 프로야구 선수 유니폼에서 보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서울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이 일본계 종합금융그룹인 J트러스트 그룹과 팀 이름에 후원 기업명을 붙이는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 성사를 눈앞에 둔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양측은 세부 조건에 대한 합의만 남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완료되면 지난 2010년 2월부터 넥센 히어로즈로 불렸던 히어로즈 구단은 내년 시즌부터 `J트러스트 히어로즈` 혹은 `JT 히어로즈`로 불릴 가능성이 커졌다.
J트러스트 그룹은 국내에 네오라인크레디트, KJI, 하이캐피탈대부를 인수해서 진출했지만 지금은 대부업체들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일본계 대부업체로 논란을 빚은 곳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배우 고소영이 이곳과 광고 계약을 맺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고소영 측과 J트러스트 그룹은 대부업체가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여론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결국 고소영은 광고 계약을 해지했다.
히어로즈 구단은 "J트러스트는 대부업체가 아니다. 대부업체라면 논의 자체를 주고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J트러스트 그룹이 대부업체가 아니라 제2금융권이라고 하더라도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을 상대로 고금리 영업을 하는 업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1982년 출범 당시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던 프로야구는 이제 그 구호가 위협받게 됐다.
히어로즈 구단이 2010년 2월부터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던 `넥센타이어`와 결별하고 이미지 쇄신을 노리는 J트러스트 그룹과 협상을 벌인 것은 결국 돈 때문이다.
히어로즈 구단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넘어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리그 최고의 거포이자 구단을 대표하는 타자인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기정사실로 되고, 유한준, 손승락, 이택근 등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면서 내년 시즌에는 전력 약화가 예상된다.
이런 사정 탓에 재계약을 원하는 넥센타이어를 비롯해 네이밍 스폰서십을 희망한 다른 업체들의 제시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J트러스트 그룹이 파격적인 액수를 제안하자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히어로즈 구단은 모기업의 지원을 받지 못해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구단이다.
히어로즈 구단 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J트러스트 그룹과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기까지에는 이 업체가 토종기업도 아닌 일본계 금융업체라는 점과 대부업체라는 이미지 때문에 상당한 논란과 진통이 예상된다.
물론 프로배구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벌이는 OK저축은행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프로배구의 상황과 프로야구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OK저축은행은 구단이 해체될 수 있는 프로배구의 위기 상황에서 뛰어들었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스포츠 시장이다.
대부분의 국내 구단들은 히어로즈 구단이 J트러스트 그룹과 손을 잡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KBO 규약상으로는 히어로즈 구단이 J트러스트 그룹과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을 맺는 것에 대해 걸림돌은 없다.
하지만 KBO 이사회나 총재의 권한을 통해 제동을 걸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KBO 관계자는 "우리담배에서 넥센타이어로 팀 명이 바뀔 때는 주주가 교체되는 것이 아니어서 특별히 승인 조치 같은 것은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프로야구 전체 이미지와도 관련되기 때문에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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