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일병 사망사건, 윤일병
윤일병 사망사건의 주범 이병장의 살인죄는 인정됐으나 사건은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9일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 병장(27)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병장과 함께 하모(23) 병장, 지모(22)·이모(22) 상병, 의무지원관 유모(24) 하사도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이 병장 등이 함께 재판에 넘겨진 병사들과 공모, 폭행해 윤 일병을 살해했다는 살인죄의 공소사실에 대해 이 병장은 살인죄를 인정한 원심을 판결을 수긍할 수 있으나 (유 하사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공범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하 병장 등 3명으로서는 선임병 역할을 하면서 의무반 내 분위기를 주도하는 이 병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평소 이 병장의 적극적·소극적 지시나 권유에 따라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며 "폭행의 정도나 횟수도 이 병장과 비교해 훨씬 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 병장 등은 윤 일병이 쓰러진 직후 곧바로 산소와 맥박의 수치를 측정하거나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기도 했다"며 "윤 일병을 살리려고 노력한 이러한 일련의 행동을 사망의 결과 발생을 인식하거나 용인한 살인범의 행동으로는 도저히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병장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윤 일병에게 가래침을 핥게 하고 잠을 못 자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하고 수십 차례 집단 폭행해 윤 일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군 검찰은 애초 이들을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지만,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공소장을 변경해 이 병장 등 4명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1심인 보통군사법원은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이 병장에게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2심인 고등군사법원은 이 병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다만, 윤 일병 유족 위로금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1심보다 낮췄다.
당시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들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분담했으므로 살인죄의 공동정범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하 병장과 지 상병, 이 상병도 살인 혐의가 인정돼 각각 징역 12년을, 유 하사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국방부 검찰단은 대법원 선고 전날 이 병장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상습강요)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 병장은 국군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지난 2~8월 여러 차례에 걸쳐 동료 수감자들을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