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아이즈] f(x) '4 Walls', 팬덤 없는 아이돌이 도달한 영역

입력 2015-10-29 18:49   수정 2015-11-20 11:10

 

멤버의 탈퇴는 아이돌의 정체성에 거대한 위협이다. 그래서 기획사는 탈퇴를 다음 앨범의 콘셉트로 기획하기도 한다. 이는 팬덤의 누수를 방지하고, 동시에 훌륭한 마케팅 수단으로 기능하기에 효율적인 선택이다. 박재범 탈퇴 이후 2PM이 발표한 정규앨범 제목 `1:59`, 2인조 동방신기의 복귀곡 ‘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무대에서 갈라선 멤버에 대한 기다림이나 원망을 호소하고, 팬의 규합을 유도한다.

하지만 2015년 8월 7일, 설리의 탈퇴가 공식 발표된 이후 재편된 F(x)는 10월 말 발표한 이번 앨범을 굳이 ‘탈퇴 마케팅’의 연장선상에 두지 않았다. 마치 애초부터 4인이었다는 듯이 이전 멤버의 공백이나 결여를 굳이 드러내지 않았다. 호소하거나 규합할 팬덤이 없기 때문이다.

데뷔 이래 지금까지. f(x)는 데뷔 6년 차에도 공식 팬클럽이 없다. 결코 팬 규모가 작아서는 아니다. 팬덤 규모량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음반 판매량을 보았을 때, f(x) 신보 초동 판매량은 여간한 걸그룹들의 1달 치 판매량을 쉽게 상회한다. 현재 중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멤버 빅토리아로 구축된 중국 팬덤의 강력한 구매력 덕이 크다.

그럼에도 국내외 팬을 규합할 수 있는 공식 팬클럽을 여태껏 두지 않고 있다. 다양한 고려가 있겠지만, 팬덤의 입김을 줄이려는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공식 팬클럽은 회원 수로 팬덤의 규모를 확정 짓는다. 그리고 `공식적인 팬의 의지`를 표명한다. 그래서 이들은 아이돌의 가장 강력한 수익원인 동시에, 때로는 기획사와 대등한 입장에서 길항하는 세력이 된다. 신화가 SM을 나와도 신화창조는 유지되는 것처럼. 또는 2PM이 박재범 탈퇴 후 팬클럽 연합과 간담회를 가진 것처럼.

기획사와 기획사가 만드는 상품인 아이돌, 그리고 팬클럽. 이 삼자의 관계를 단지 갑과 을로 간단히 도식화하기 힘든 이유다. 다양한 변수로 이들의 상하 관계는 쉽게 뒤집힌다. 그래서 SM은 f(x)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식 팬클럽을 포기하는 대신, 마니악한 결과물과 실험적인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길을 택했다. 그 집대성이 바로 이번 앨범이다.

이번 앨범의 프로모션은 철저하게 ‘4 walls’라는 콘셉트 아래 이루어졌다. 앨범 티저를 처음으로 공개한 곳은 으레 그렇듯이 팬클럽도, 팬 미팅도 아닌 인스타그램이었다. 정사각형이라는 사진 프레임을 고수하는 인스타그램을 선택한 건 우연이 아닐 거다. 

f(x) 인스타그램

이어진 오프라인 프로모션은 전례를 찾기 힘든 전시회 형태로 이루어졌다.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일주일 동안 4시간 동안 네 개의 벽면에 컴백 티저를 공개했다. 이 모든 실험적인 홍보들은 예외 없이 `4`라는 앨범의 콘셉트와 교직한다.

이어 공개된 `4 walls` MV는 이번 앨범 프로모션의 정점이었다. 일부 팬은 안무 하나 등장하지 않는 뮤직비디오에 아쉬움을 표했지만, 동시에 아이돌 MV 콘셉트로는 파격적인 아트 필름이 탄생했다. 영상은 나비효과를 주제로 네 소녀가 깨진 컵으로 상징되는 파멸에서 자각과 희생, 구원을 거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4인조의 개편에서 있었던 역경을 마침내 이번 앨범으로 극복했다는 서사적인 흐름에 훌륭하게 조응한다.

유튜브 영상 캡처

수록곡들의 퀄리티도 빼어나다. 유럽 등지의 외국 작곡가들이 실험적인 곡이 나오면 미국보다 먼저 데모를 돌리는 곳이 SM이다. 그 정수를 모두 이 앨범에 담은 느낌이다. UK 개러지 장르를 가요적인 가공 없이 너끈하게 소화하는 아이돌은 전대미문이다.

모든 면에서 이번 앨범은 에프엑스라는 그룹의 정체성을 확정 지은 가장 뚜렷한 이정표다. 4인의 안정감을 보여준 데다, 후속 걸그룹인 `레드벨벳`과 다소 콘셉트가 겹친다는 의구심도 깨끗하게 떨쳤다.

물론 팬덤의 역할이 없기에 이 모든게 가능했다고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어디까지나 아이돌은 팬이 있기에 성립하는 상품이고, 에프엑스를 위시한 다양한 팬 커뮤니티는 여느 공식 팬클럽 못지않은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다만 `팬질`의 전형적인 소비 양식에 있어 f(x)는 즐길 거리가 적을 뿐이다.

대신 보다 섬세하고 세련된 재미가 있다. 아이돌을 가장 먼저, 가장 밀접하게 만날 수 있는 채널인 공식 팬클럽이 없는 대신, 이 소녀들은 SNS, 유튜브, 전시회 등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섬세하게 조율하며 다가온다. 그래서 f(x)는 언제나 SM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이고 세련된 콘텐츠다. 2016년 1월, f(x)가 팬들과 가장 밀착할 기회일 첫 번째 콘서트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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