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기간만 넉 달 >
5일 여승주 한화그룹 부사장이 한화투자증권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여 부사장은 한화투자증권의 차기 대표이사에 내정된 인물로 이사회만 거치면 바로 대표이사 직함을 달게 된다.
필요할 때 언제든 바로 사장 직을 맡을 수 있다는 말이다.
사내이사로 선임된 여 부사장이 16일부터 한화투자증권으로 출근을 한다.
현 주진형 대표이사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내정자와 퇴임자간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는 것이다.
내년 3월 말까지가 주진형 대표 임기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기간도 결코 짧지 않다.
<여승주, 주진형 조기퇴진 압박 카드>
현 주진형 대표는 한화그룹의 개혁을 주장하면서 투자권유대행인 제도를 폐지하고 서비스 선택제 등을 추진하며 그룹과 갈등을 빚어 온 인물이다.
그런 만큼 그룹 입장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주 사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길 바라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선 한화가 이번 여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이후 공동대표 혹은 각자대표를 맡길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주 사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니 신임 사장을 공동대표로 앉혀 퇴진 압박용 카드로 쓸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결국 공동대표라는 초강수를 두진 않았다.
가뜩이나 주 대표와의 갈등으로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분란이 생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주진형 대표는 5일 주주총회에서 현 사장직을 임기 말까지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압박에도 조기 사퇴는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결국 신임 사장 내정자는 주 대표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대표직함 없이 사장직을 수행하는 `무늬만 이사`가 되고, 현 사장은 실권없이 임기가 끝나길 기다리는 `무늬만 사장`이 되는 셈이다.
<투 톱 체제…두 쪽난 회사>
사실상 두 명의 사장 체제가 되면서 당분간 한화투자증권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 사장은 현 사장대로 업무지시를 내리고 내정자는 내정자 대로 사업을 추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공 많은 회사가 언제 산으로 갈 지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다.
실무진 입장에선 같은 보고를 두 번 해야 하고, 서로 다른 지시에 혼란스러울 수 있다.
서둘러 사내이사를 선임한 것이 되려 악재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주진형-여승주, 투 톱 체제인 한화투자증권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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