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9월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KEB하나은행의 물리적, 화학적 통합이 요원합니다. 전산통합을 비롯한 후속조치를 서두르지 않으면 규모에 비해 허약한 체질을 바꾸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9월 우여곡절 끝에 통합 법인을 출범시키며 외형상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을 차지한 KEB하나은행의 반전 스토리는 웬일인 지, 잠잠하기만 합니다.
통합 은행명에, 통합 CI도 내걸고, 인적 교류, 관련상품 출시 등 순탄한 한 집 살림을 이어가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딴 살림살이에, 기대했던 시너지는 현 시점에서 신통치 않습니다.
과거 두 은행의 강점인 PB, 외환, 해외 네트워크가 어우러지며 당장이라도 시너지가 날 듯 강조했지만 전산통합 이전 임을 감안해도 영업현장에서의 업무 행태는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KEB하나은행 뿐 아니라 다른 은행에서도 연금저축, 펀드, 대출 등을 받을 때 제시되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금리, 대출·상품가입 조건 등이 여전히 제각각이고 상품계정 역시 따로 운영 중입니다.
<인터뷰> A 은행 영업점 관계자
“전산통합 안돼 계정 자체 통합할 수 없고 겉으로만 통합이고 계정 분리돼 있고 이러한 계정 분리 최소 내년 중반까지 그렇게 유지될 것이라고 (하나은행에서) 통보 받았다”
영업현장에서는 여전히 순이자마진(NIM)을 스스로 갉아먹는 출혈대출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20년을 B은행과 거래한 한 우량고객은 최근 기존 거래은행에서 점장 전결까지 총동원해 괜찮은 대출조건을 제시받았지만 다음날 하나은행으로부터 더 낮은 대출금리를 제시받았다며 내심 놀라는 반응입니다.
<인터뷰> 이 모씨/대출 고객
“외환은행 합친 기념으로 대출 접수받고 한시적으로 이자가 (타은행 대비) 월 10만원까지 차이 난다”
장기·우량고객에 대한 각종 우대사항을 반영해 산출된 대출조건보다 하나은행의 금리가 무려 0.5%p나 낮은 조건인데, 업권에서는 사실상 출혈 대출을 통한 고객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C 시중은행 관계자
“저희 같은 경우 영업점 전결 다 해도 타 은행과 0,1~0.2% 정도 낮출 수 있는 데 0.5%까지 낮춰서 (대출이) 나가지는 않는다”
통합 후 첫 성적표인 3분기에 은행 평균을 밑도는 순이자마진을 기록한 KEB하나은행은 저금리, 통합 비용을 부진 요인으로 꼽았지만 스스로 NIM을 낮추는 관행은 업권내에서 이미 놀랄 일도 아닙니다.
여기에 PB·외환 교차교육도 비슷한 유형의 PB 양산, 업무 과중, 각종 영업 드라이브 등 통합 후 구성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화학적 결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내부의 전언입니다.
<인터뷰> KEB하나은행 관계자
“외환의 강점 하나직원들이 익히고 하나의 강점 PB 외환 직원들 숙지하게 해서 각행의 고객들 서비스 받도록 하고 있는 데 (교차교육, 영업 드라이브 불만) 약간은 있다”
일각에서는 각종 악재를 연내에 다 반영하고 내년부터 개시하겠다는 의중 아니겠냐는 견해도 있지만 도처에 위험요인이 상존하면서 ‘통합 대박’은 당초 취지와 달리 통합 자체를 위한 명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형국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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