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은 어떻게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을까?

입력 2015-11-13 09:51   수정 2015-11-13 10:00



사람들은 제대로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지구를 ‘우리의 별’, ‘인간의 행성’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인간은 지구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심지어 현존하는 생물이 모두 몇 종種인지도 모른다(대략 700만~1억 종 정도로 추측할 뿐이다). 만약 지구의 다른 생물들과 인간이 ‘진정한 지구의 지배자’의 자리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면 어떻게 될까?

《곤충 연대기》의 저자이자 저명한 곤충학자 스콧 R. 쇼는 곤충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고 강력히 말한다. 그가 곤충학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은 지금까지 거의 100만 종에 달하는 곤충들을 발견하여 이름을 지어줬다. 이것은 포유류, 양서류, 어류, 조류, 등을 합한 전체 척추동물의 2배나 된다. 그러나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아직 이름이 없는 무명無名의 곤충까지 더한다면 어림잡아 1,000만 종은 될 것이라고 한다.(본문 19페이지) 그리고 곤충은 극지방, 사막, 물속, 열대우림 등 인간이 발을 들일 수 없는 곳에서도 그들만의 낙원을 일구고 살아간다. 또한 인류의 문명은 고작해야 최근 수천 년 동안 형성된 것이지만, 곤충은 무려 4억 년 동안 이 지구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성공적으로 진화해 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구가 오랫동안 곤충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수많은 연구 자료와 화석, 곤충 사진 등을 제시하여 풍부한 지식을 전달하면서도, 곤충이 지구를 정복하게 된 과정을 한 편의 영화와 같이 흥미진진하게 묘사한다. 곤충이 왜 하늘을 날게 되었고, 대멸종은 왜 일어났는지, 인간이 어떻게 지구에 등장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가설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지식과 재미, 어느 쪽도 놓치지 않은 훌륭한 곤충학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시종일관 ‘곤충의 행성’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 세입자인 인간이 집주인이라고 떠드는 것에 대해 때로 유머러스하게, 때로 도발적으로 비판한다. 그리고 인류가 멸종한 후에도 곤충만큼은 지구상에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이런 저자의 재치 있는 입담 뒤에는 이 책을 관통하는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곤충의 진화는 거의 모든 생물의 번성과 연결되어 있다. 곤충은 기생충, 공룡, 인간, 이끼, 꽃식물 등 많은 동식물들과 때로는 친구로 때로는 적으로 지내며 함께 진화해 왔다. 이처럼 곤충은 지구상의 동식물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들이 멸종하면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 인간은 곤충이 인류의 진화사에 미친 영향을 과소평가하지만, 만약 그들이 사라진다면 인류의 미래도 파국을 맞을 수 있다. 즉, 저자는 인간 중심의 편견이 아닌 곤충의 시선, 생명의 관점으로 지구의 역사, 생물의 진화사를 바라보라고 우리를 일깨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세상이 인간의 것만이 아니라는 단순하면서 깊은 깨달음을 전해준다.

스콧 R. 쇼 지음, 양병찬 옮김 행성B이오스·1만9000원

김택균 기자 tg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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