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서준, 그가 성장할 수 밖에 없는 까닭

입력 2015-11-20 10:46   수정 2015-11-25 14:41



참 겸손하다. 배우 박서준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지부편앓이, 지랄준, 로코킹, 대세남 등 수많은 수식어를 얻으며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그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예뻤다’에서 패션 매거진 더 모스트 부편집장 지성준 역을 맡은 박서준이 지난 17일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와우스타와 마주해 이야기를 나눴다.

“공중파 첫 주연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어요. ‘내가 과연 주인공으로서 한 작품을 끌고 갈 수 있는 역량이 될까’라는 부담감이 컸어요. 결과적으로 잘 끝난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다음 작품을 할 때 좀 더 잘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첫 주연으로서 성장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시작이에요.”

지성준은 ‘만찢남’의 비주얼로 일 할 때만큼은 냉철한 성격이지만 15년 만에 만난 첫사랑 김혜진(황정음 분) 앞에서는 로맨틱하고 달달한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 가끔은 허당기 가득한 반전 매력을 선보이며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캐릭터가 독특한 설정이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았어요. 배경이 잡지사이긴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 사랑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특별한 것들을 참고하기 보다는 대본을 통해 신경 썼어요. 초반에 그래서 고민을 더 많이 한 게 사무실에서는 ‘지랄준’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독설을 많이 했잖아요. 까칠하고 냉소적인 그런 모습. 그런데 혜진인 줄 알았던 하리를 만나서는 내 어린 시절 추억을 나누고, 사랑하는 감정들로 다정다감한 모습이 이중인격처럼 보일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일관성 있게 표현해야 된다는 고민을 했어요. 회의를 하는 장면에서도 내뱉긴 하지만 어색하게 내뱉는 모습은 어떨지. 그런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특히 박서준은 ‘지부편(지성준 부편집장)앓이’라는 수식어를 낳으면서 여전히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박서준이 생각한 지성준의 매력은 무엇인지 물었다.

“첫사랑 때문 아닐까요? 남자도 여자도 첫사랑을 기억하는 마음은 애틋하지 않을까요? 설령 누군가를 만났을 때 안 좋았던 기억이 있더라도 에피소드라고 생각하고, 좋았던 기억보다는 제가 그 사람을 좋아하면서 설레어했던 저의 모습이 감사한 것 같아요. 첫사랑의 기억이 애틋한 사람들이 작품을 보면서 옛날 생각도 해보게 되고요. 저도 그랬거든요. 이 역할 하면서 ‘내 첫사랑이 언제였지? 어땠었나?’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박서준이 지성준의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들었기 때문일까.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박서준의 모습에서 ‘지부편’이 보였다.

“지성준과 박서준의 싱크로율은 50%. 제 모습이 안 나올 수 없는 것 같아요. 극중에서 비슷한 면이 있죠. 한 작품을 위해 제작하기 위한 많은 사람들. 당연히 책임감이 들고,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에 있어서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것은 지성준과 비슷한 것 같아요. 또 친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대할 때 저도 저렇게 다정하지 않을까 생각해요.(웃음)”

박서준은 2011년 방용국의 "I Remember" 뮤직 비디오에 출연하며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드림하이2’(2012), ‘금 나와라 뚝딱’, ‘따뜻한 말 한마디’(2013), ‘마녀의 연애’, ‘마마’(2014), ‘킬미, 힐미’, ‘뷰티인사이드’(2015) 등을 통해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쌓으며 로코킹으로 거듭났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다음 작품이 더 기대가 된다.

“앞으로 또 많은 것들이 나오겠죠. 가능한 한 많은 역할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나는 과연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일까? 특정하게 정해놓고 싶지 않아요. 열어놓고 생각해보고 싶고, 대본을 보고 ‘내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공포 빼곤 다 좋아해요. 무서워서 라기보다는 재미를 못 느끼겠어요. (공포물에 제안이 들어온다면?) 그건 그때 가봐야 알겠는데요?(웃음)”



또한 그는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 OST에 참여하며 숨겨둔 노래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드라마에 도움이 된다면 할 의향이 있어서 참여를 하게 됐어요. 잘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녹음이 아침이어서 조금 아쉽기도 하고요. 복면가왕이요? 예능 울렁증이 있어서(웃음) 어려운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 제 개인적으로 예능이라는 건 어떤 캐릭터 보다는 본인 스스로를 보여줘야 하는 경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제 주관인 것 같아요. 저는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못할뿐더러 잘 살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예능을 잘 하시는 분들이 있고, 저는 연기를 더 열심히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어느덧 데뷔 4년차에 접어든 배우 박서준.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그가 가야할 방향은 정해져 있는 듯하다. 인터뷰 내내 그의 눈빛에서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확신, 진지함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가 이렇게 성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 만들어나가야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회사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오디션,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 ‘주인공을 해보고 싶다’ 라는 게 목표였거든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게 이제는 목표를 만들어 가야되는 단계인 것 같아요. 조금 다른 역할들을 맡아 가면서 그런 것들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이런 제 나이와 잘 즐기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특별한 삶 보다는 단지 제가 하고 있는 배우일 뿐이지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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