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의 100년, 한국의 100년

신인규 기자

입력 2015-11-24 17:39   수정 2015-11-24 17:39

    <앵커>
    11월 25일은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소 판 돈 70원으로 시작해 한해 매출 200조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기업을 만든 기업가.
    정주영의 백년, 그가 우리 경제에 남긴 유산과 과제를 특별 취재했습니다.
    신인규, 조현석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조선총독부 통계연보를 보면 1915년의 한국은 한해 수출액이 단돈 4,900만원에 불과한 세계적 빈국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100년이 흐른 지금, 2014년 우리나라는 수출액 600조원을 넘어서면서 수출 세계 6위의 어엿한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세계 최빈국 한국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부지런한 국민성과 교육열 등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역시 경제 성장의 큰 기회를 제공한 우리 기업과 기업인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그 가운데도 대한민국 1세대 기업인 아산 정주영이 남긴 족적은 특히 우리 경제사를 통틀어 가장 크고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5년 11월 25일은 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가 남긴 족적들을 숫자를 통해 따라가보겠습니다.

    모두가 안 될 거라는 반대 속에서도, 정 회장이 끝까지 밀어붙인 국산자동차의 꿈은 우리나라를 5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만들어놓았습니다.

    1976년 7월, 현대차가 처음으로 남미 에콰도르에 수출한 다섯 대의 자동차는 현재 연간 세계 판매량 800만대라는 거대 기업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사막의 기적, 중동 신화를 쓴 현대건설은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밑천을 쌓은 애국기업이었습니다.

    1976년 현대건설이 따낸 사우디의 주베일 산업항 공사는 20세기 최대의 대역사로 꼽힙니다.

    수주금액은 9억3,114만달러. 이는 당시 국가 예산의 4분의 1에 맞먹는 금액이었고, 계약금이 들어온 날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많은 외화를 획득한 날이었습니다.

    지어지지도 않은 조선소의 부지 사진과 지도만 갖고, 아산이 직접 해외를 누비며 외자를 유치해 설립한 현대중공업은 오늘날 국내를 넘어 세계 1위 기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정주영 탄생 100년을 맞은 현재까지 그 위상과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각 분야마다 1등 기업을 일궈낸 정 회장의 결단들은 일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인터뷰>홍하상 `정주영처럼 생각하고 정주영처럼 행동하라` 저자
    "그런 발상들을 누구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예를 들면 (물막이 공법으로 유명한) 서산만 간척 공사를 할때 주위에서 반대를 한거죠. 그런데 정 회장은 그런 면에서는 대단한 용기를 가지신 분이기 때문에 결단이 무섭고, 결단을 실천하는 실천력이 대단한 사람이죠."

    "무슨 일이든 된다는 확신 90%와 반드시 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10%만 있으면 무슨일이든 다 된다. 나는 `안 된다`는 식의 생각을 단 1%도 해 본적 없다"는 정 회장의 말에서 기적의 원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교수는 "정주영의 기업경영은 머리와 이론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했습니다.

    용기와 배짱, 뚝심을 바탕으로 한 기업가 정신을 이해해야 한다는 겁니다.

    100년 뒤 미래를 위해, 정주영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교훈들을 조현석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연간 판매량 800만대 세계 5위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차.

    하지만 그 시작은 미미했습니다.

    지난 1967년 연산 6만대 규모의 울산 공장에서 미국 포드사의 승용차를 하청 생산한 것이 그 출발이었습니다.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은 10년도 안돼 국내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 개발에 성공하고, 해외 수출길도 개척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견제와 압박에도 고 정주영 회장은 굴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황성혁 전 현대중공업 전무
    “GM하고 포드가 설계능력과 판매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를 안 했어요. 너희들(현대자동차)은 미국에서 만든 부품 가져와서 조립해서 한국에서 팔아라. 절대 밖에 나갈 생각도 말아라. 그렇게 하면 돈은 많이 벌어요. 하지만 정주영 회장에게 그건 안되는 거에요. 정 회장은 밖에 나가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거였죠.”

    세계 1위 조선회사 현대중공업.

    500원짜리 지폐에 있는 거북선을 보여주며 영국에서 조선소 건설 자금을 받아낸 그의 창의적인 발상은 아직도 신화처럼 회자됩니다.

    <인터뷰>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모든 것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좋은 일이 있어서 좋은 일을 더 잘되게 밀고 할 적에는 한없이 좋지만은 또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 기쁨은 더없이 좋습니다."

    폐 유조선을 가라앉혀 성공한 서산 간척지 물막이 공사는 세계 건설사에 정주영 공법이란 이름을 남겼습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창조적인 생각과 열정으로 성공했습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 교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정주영식 기업가 정신이 현대 경영환경에 꼭 필요하다며 그의 기업가 정신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가 정신 쇠퇴가 한국 경제의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정주영 회장님의 말을 따르면 `이봐 해봤어` 정신이고요. 우리 국민들은 `잘살아 보세`.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하는데 꿸 실이 없는 상황인거죠.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해보자, 기업가 정신, 도전 의식,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성장에 시름하는 한국경제. 정주영 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조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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