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욱의 글로벌 숨은뉴스 찾기] 新 경제이론, ‘전쟁과 평화’ 둘 다 호재

입력 2015-12-05 00:00  

‘사상최악의 폭탄테러, 민간인 희생자 130여명’
‘IS 테러, 자유와 문화의 도시 파리 겨냥’

프랑스 파리 테러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던 2주전, 당시 만해도 세계 3차 대전을 이야기하던 사람도, 당장 글로벌 경제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것을 예상하며 풋옵션(시장이 하락할 때 수익이 나는 파생상품)에 베팅한다고 떠들던 이들도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다.


프랑스 CAC 40 지수
출처 : 구글 파이낸스

프랑스 주가지수는 지표부진에 따라 급락하던 중 오히려 파리 폭탄테러가 발생한 11월13일 바닥을 치고 ‘V자’ 반등에 성공해 11월장을 결국 ‘플러스’로 마감했다. 이는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학습효과에 따른 것이었을까? ‘테러 = 호재’라는 등식은 위험천만한 것이나 최근 발생한 대형테러 사례는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1년 미국 9.11 테러 당시, 도심 한복판에 많은 사상자와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고 더욱이 이로 인한 심리적 · 정서적 손실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피해복구가 마무리 된 후 산정된 9.11 사태의 ‘직접적 경제효과(?)’는 1230억달러(143조원), 그리고 이와 관련된 안보비 지출, 추후 대응을 위한 전쟁비용 마련 등 포괄적 경제효과는 총 3조2800억달러(3728조원)으로 밝혀졌다.

이는 건설 · 군수 그리고 정보통신 산업을 대상으로 한 고용과 설비투자 부양효과로 연결되었고 결국 9.11 이 후 미국 증시도 빠르게 상승폭을 키우며 2001년 S&P500지수는 연간 5.1% 의 상승률을 기록하기에 이른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지난 여러차례의 대규모 테러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 집권 후 이라크전(戰) 종전 등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 평화시대가 개막된 후 몇 년 만에 마침내 전 세계는 다시금 테러와 전쟁의 혼란 앞에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는 형국이다. 사실상 지난 해 테러로 인한 ‘글로벌 코스트(테러에 의한 피해자 구제 및 제반시설 복구비용 포함)’는 총 529억달러(61조원)로 9.11 테러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간 테러관련비용
출처 : 블룸버그

이를 다시 시장관점으로 접근해 보면 어떨까? 지난 파리 폭탄테러 이 후 스텔스 폭격기와 F-22 등 최신전투기를 생산하는 Lockheed Martin(록히드 마틴)의 주가는 20%대 상승률을 기록중이고, 각종 미사일과 패트리어트 방어체계를 펜타곤에 납품하는 Raytheon(레이슨)은 30% 넘게 상승중이다. 또한 해운 · 조선업종의 지옥체험에 동참하며 사상최악의 11월 성적을 기록 중이던 ‘발틱운임지수’는 이들과 함께 바닥탈출에 성공했다.

그동안 ‘세계의 보안관’ 미국이 전 세계를 주름잡는데 있어 손과 발의 역할을 했던 이 두 기업은 워싱턴 정치사에 있어 ‘전쟁과 평화’의 명암을 잘 활용해 온 공화당의 전통적인 후원자들이다. 동시에 대(對)중동 평화노선을 고수해온 오바마 대통령 집권 1~2기를 거치며 매출감소에 허덕이던 기업들이기도 하다. 마침내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지금 이들은 그 어떤 정치가들보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같은 사건도 경제적 관점에서는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나 양비론 보다는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사고의 유연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다. 나아가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과감한 ‘역발상’마저 동원할 수 있다면 그 반대급부는 배가될 것이다.

김희욱 한국경제TV 전문위원 hwkim2@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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