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극 `친정엄마`에서 가슴 절절한 연기를 보여준 탤런트 조양자 씨의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지난 9일 영등포 아트홀에서 `2015 영등포구 자원봉사자대회` 행사가 열렸다. 이날은 많은 자원봉사자가 참여했지만, 그들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 조양자 씨가 있었다.
이날 그녀는 구청장 최고상과 금장상을 수상했다. 먼저 그녀는 "부족하지만 더 열심히 하라고 주신 것 같다. 원래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시상식에 안 오려고 했는데, 오늘 상을 두 개나 받아서 구청장님과 봉사센터에서 상 받으러 꼭 오라고 해서 왔다"며 소감을 전했다.
◆"죽는 날까지 봉사하고 싶어요"
조양자 씨가 봉사활동을 지속해서 한지는 14년 정도 됐다. 불교 신자인 그녀는 법당에서 만난 할머니 보살님과 함께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보통 일주일에 절반 이상을 봉사활동을 하며 보내는데, 이는 일 년으로 치면 250~300일 정도이고 시간으로 따지면 1200시간이다. 밥차, 장애인, 어르신, 무료급식, 홀몸 노인 돌보미, 노숙인의 집 등 가리지 않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는 어디든 가서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준다.
그녀는 봉사하는 이유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받은 게 너무 많다. 제가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삶을 살고 싶었고, 그래서 봉사를 시작했다"며 "죽는 날까지 봉사활동은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무도 모르게 봉사하라"
많은 시간을 봉사에 할애하는 그녀지만, 언론에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에 대해 그녀는 "봉사라는 거 자체가 남에게 알리려고 하는 게 아니다. 많은 방송 출연 제의가 있었지만 계속 거절해왔다. 저는 제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방송에 나가서 할 얘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인데, 부모님께서는 집안의 경조사도 남들에게 잘 알리지 않으신다. 다들 바쁜데 피해 주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제가 방송에 출연해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방송에 출연하는 용기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씨는 한 일화에서도 드러난다. 어느 날 비가 올 것 같아서 우산을 가지고 절에 갔는데, 마침 비가 왔다. 우산을 꺼내려고 보니 누가 가져가 버린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짜증이 나고 화가 날 법한데 그녀는 `얼마나 급했으면 내 우산을 가져갔을까. 그 사람이 비를 안 맞아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급식소에서 만난 부자(父子)"
14년간 이어진 봉사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는 무료 급식 봉사에서 만난 부자(父子)를 꼽았다. 11시면 무료 급식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줄을 늘어선다. 그날은 유독 사람이 많았는데, 역시 항상 오는 그 부자도 있었다. 아버지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을 항상 데려와서 밥 위에 반찬을 올려주며 함께 밥을 먹었다. 그날따라 유독 사람이 많아 자리가 한자리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아들을 앉히고 자신을 서서 밥을 먹었다는 것. 조양자 씨는 이 모습을 보고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이들을 보면서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감동을 받는다는 그녀는 이것이 봉사활동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마음만 있다면.."
봉사를 하고 싶은데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그녀는 "나도 봉사를 시작할 때 뭔가를 다짐하고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다. 남을 위한 배려심,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봉사는 절대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봉사는 시간이 나서 하는 게 아니고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끝없이 도전할 것"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2016년의 계획에 대해서는 "딱히 정해진 작품은 없는데 개인적인 희망이라면 연극을 또 해보고 싶다. 올해 처음 `친정엄마`라는 작품으로 대학로 연극 무대에 데뷔했는데, 드라마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연극에 매력을 느꼈다. 또 뮤지컬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날 만난 그녀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봉사하며 매 순간 행복하다는 그녀의 말에 한없이 고개 숙여졌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에 눈이 번쩍 뜨였다. 자극적인 것만 화제가 되는 시대에 따뜻한 감동을 들려줄 그녀의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서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