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최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청년희망펀드에 사재 30억원을 기부했습니다. 미래 주역인 청년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설명과 함께입니다. 30억원은 재계 7위인 GS그룹의 허창수 회장과 같은 금액입니다. 재계순위 12위의 두산그룹이지만,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그룹 규모보다 통 큰 기부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를 놓고 그룹 내부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최근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시끄럽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오는 18일까지 사무직 3,1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데, 1~2년차 신입사원도 대상에 넣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청년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사무직 3명 중 1명이 7~8년차 이하인 사원대리급이라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끝나고 찾아온 호황에 매년 100~200명씩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수긍하기 어려운 면이 없지 않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늦어도 내년까지는 수 조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형편이기 때문입니다. 알짜인 공작기계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는데, 여기서 이르면 연내 2조원 정도의 현금이 들어올 예정입니다. 또 내년에는 100% 자회사인 소형 건설장비 부문 세계 1위 회사 `밥캣`의 미국 증시 상장도 추진합니다.
20대에 희망퇴직을 경험하게 된 두산인프라코어의 한 신입사원은 "희망퇴직 대상자 가운데 두산그룹 임원의 자녀는 우선적으로 다른 계열사로 이동시켰다"고 울분을 터트렸습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희망퇴직 한파에도 이른바 ‘금수저’는 살아남은 겁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통해 고정비인 인건비를 줄이면 기업을 매각 할때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신입사원과도 격의 없이 지내던 ‘소통의 아이콘’ 박용만 회장의 왕성했던 SNS 활동은 최근 뜸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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