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이 `집으로`라는 부제를 달고 새로운 시즌을 예고했다. 하지만 연예인들이 혼자 사는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찾아가 생활하는 설정은 이미 많은 타 방송에서 선보인 바 있는 포맷이라 `신선하다`는 느낌은 전혀 주지 못했다.
`자식이 필요한 부모, 부모가 필요한 자식이 만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전국팔도의 부모님과 연예인 출연자가 함께 생활하며 만들어가는 방송이다.
16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원승연 PD는 "혼자 사는 어른들의 집에 수십명의 스텝들이 카메라를 들고 찾아서 찍으며 연출하는 것 자체가 가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방송상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짜 중 진짜를 만들고 싶었다"며 제작의도를 밝혔고 "출연자 중 누군가가 하차를 하지 않는 이상 쭉 간다"는 게 `집으로`와 다른 리얼 예능의 차이점이라고 전했다.
이미 KBS 예능 `1박2일`이나 MBC `아빠어디가` 등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골을 찾아가, 따뜻한 장면을 연출하고 가족애를 보여주는 시도를 했었다. 그만큼 이번 `집으로`가 선택한 포맷은 흔하디 흔한 포맷이다. 과연 `출연진들이 고정으로 간다`는 점만 가지고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은 타 프로그램과 완전 다르구나"라고 생각할지 의문이다.
제작발표회에서 약 10분간 시사된 영상에서는 5명의 출연자가 4팀으로 나눠 각자의 부모님을 만나고 함께 지내는 생활이 일부 소개됐다. 최양락은 경남 의령 감곡 마을 잔소리꾼 어머니와 안정환은 강화도 할아버지, 조세호, 남창희는 함께 전남 영광에서, 스테파니는 강원도 영월에서 각자의 배정된 부모님과 생활하게 됐다. 동물이 무섭다는 스테파니는 시골에서 가축을 키우며 적응해가는 과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방송은 인기리에 종영한 tvN `삼시세끼` 등 여러 방송을 섞어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집으로` 제작진은 왜 `시골 어르신을 찾아가 행복하게 잘 지냈다`는 식상한 포맷을 선택한 걸까. 그들은 출연진과 섭외한 부모님들이 펼치는 케미, 그것 하나만을 믿었을 거다. 그리고 인기드라마 `응답하라1988`덕에 트랜드가 된 `따뜻함`과 `가족애`를 넣으면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시사된 영상 중간중간에서 어르신들은 유명 개그맨 최양락과 축구선수 안정환을 실제로 몰라봐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고, 조세호와 남창희는 전남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즐거움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포인트로 방송 전반에 걸친 공감을 얻어내긴 역부족이다. 또한, 그 프로그램만의 독특함 없이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조차 힘들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또 시골이냐", "뻔한 그림이 연출될 것이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제작발표회에서 남창희는 "지금껏 한 방송이 잘 안 됐다. 그래서 이번 TV 프로그램이 잘 안 되면 다른 직업을 알아보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 사활을 걸었다"고 말했다. 스테파니는 민낯을 보여주는 시도까지 했고, 최양락은 돌쇠가 된 것처럼 시골 부모님의 수발을 들었다. 출연진들 모두 열정적으로 방송에 임한 것은 보였으나 과연 이 방송이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지난 시즌 `인간의 조건-도시농부`도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했다. 따뜻함과 가족애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집으로`는 익숙하고 진부해진 포맷을 넘어 더한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한국경제TV MAXIM 윤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