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로 집권 만 3년째를 맞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1일 "아베노믹스, 숨길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을 게재했다.
이 신문 논설위원장을 지낸 히라다 이쿠오(平田育夫)씨는 칼럼에서 아베노믹스는 엔화가치 하락과 주가상승으로 이어져 언뜻 화려해 보이지만 아베 정권 발족 직전 4분기 때부터 3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실질증가율 6.7%의 3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연평균으로는 0.76%에 지나지 않는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화려한 팽창적 통화정책을 펼친 것치고는 초라한 성적인 셈이다.
양적 완화 정책에 따른 엔화 가치하락으로 디플레이션 심리가 누그러지더라도 노동력 감소와 낮은 생산성 등 공급 면에서의 제약 때문에 성장률은 높아지지 않는다.
아베 정권도 이를 알고는 있으나 내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고통이 수반되는 공급 면에서의 개혁에는 소극적이다.
미국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경우 기간제종업원 쟁탈전이 치열하다. "월급 32만엔(약 320만 원) 이상", "전기료와 수도료 포함, 숙소 무료제공", "35개월 개근시 위로금 306만엔(약 3천만 원) 지급" 등을 내세우며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라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은행의 기업단기경제관측 조사결과에 따르면 구인난은 거품 붕괴 직후 이래 23년 만에 가장 심하다. `단카이(團塊) 세대`(1948년 전후 출생자)의 은퇴와 겹쳐 현역 세대인 15-64세 인구는 지난 1년간 99만 명이나 감소했다.
이런 노동력 감소가 노동력과 생산설비, 기술 등 공급 측면에서의 성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린다. 내각부 추산에 따르면 실질성장률은 0.5%로 미국의 2%를 크게 밑돈다.
수요가 늘더라도 0.5% 이상의 성장은 오래 계속되지 않는다. 지금의 잠재성장률로 볼 때 정부가 목표로 하는 실질 성장률 2% 달성은 요원하다.
엔화약세와 원유가 하락으로 수혜를 입고 있는 기업에 임금을 올리라고 압박해도 공급 측면의 제약요인이 제거돼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지 않는 한 임금인상은 계속될 수 없다.
내각부 간부에 따르면 "공급 측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정권 간부들도 인식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9월에 발표한 ``아베노믹스 신(新) 3개의 화살` 중 `희망 출산율 1.8`, 2017년까지 보육시설 수용규모 50만 명 확대, 2020년 초까지 50만 명 규모의 간병 시설 확충 등은 노동력 확충을 겨냥한 것이다.
게이단렌(經團連)에 설비투자 확대를 요청한 것은 생산성 향상을 겨냥한 것으로 `신 3개의 화살`은 결국 수요중시 정책의 기조 수정인 셈이다.
정부가 정책기조를 수정한 것은 민간 경제학자가 지적했듯 "중앙은행을 동원한 양적 완화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해 미래의 위험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되자 양적 완화정책에서 눈을 딴 데로 돌리게 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배경이야 어쨌든 공급 측면을 중시하는 게 중요하지만 정부의 자세는 어정쩡하다.
3천억엔(약 2조 8천억 원) 이상을 쏟아부어 저소득층 1천만 명에게 3만엔(약 28만 원)씩 나눠주는 계획도 선거를 의식한 돈 뿌리기 일뿐 공급능력 강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법인세율을 인하한다고 해도 투자기회가 부족하고 일손부족으로 고민하는 기업에 설비투자를 권해봤자 별 소용없는 일이다. 게이단렌은 정부의 2% 성장목표를 토대로 "3년후 10조엔 증가"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의 냄새가 난다.
일본은행은 인플레 목표 2%를 내걸고 거액의 국채를 사들여 실질금리 인하와 엔화약세를 연출했지만 2% 목표달성에는 턱없이 멀고 경기부양 효과도 약했다.
일본은행이 18일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 양적 완화 정책을 수정하지 않은 채 장기국채를 더 많이 사들이는 등의 양적 완화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일본은행내에서도 기우치 다카히데(木內登英), 사토 다케히로(佐藤健裕) 정책위원회 심의위원은 비판적이다. 기우치 위원은 거액의 국채 매입을 계속하면 장차 매입을 줄일 때 금리상승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사토 위원은 "생산성과 경쟁력 강화를 착실히 추진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적완화의 효과는 미약한 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정책 수정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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