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배우 윤형렬 "웃긴 이야긴데 다들 다큐로 받아들여서 고민이에요"②

입력 2015-12-22 17:09  


사진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a> MAXIM

학자집안, 공무원 아버지 밑에서 자란 한 남자는 어렸을 적부터 가수를 꿈꿨다. 나머지 형제들은 의사, 약사 등 내로라하는 전문직을 가졌지만 유독 한 아이 만은 흔히들 말하는 `딴따라`를 꿈꿨다. 당연지사 부모님의 반대도 엄청 심했고, 파란만장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본인의 재능으로 아버지를 설득시켰고, 뮤지컬 계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로 우뚝 섰다. 바로 배우 `윤형렬`의 이야기다.

#처음으로 음악으로 인정받다
그는 단국대학교 뮤지컬학과 학사 출신으로 알려졌있지만, 사실 그 전 중앙대 영어영문학과를 다녔다. 뮤지컬 배우와 영문학이라 참 안어울리는 조합이다. 영어로 된 뮤지컬 원작을 보기 위해 진학했다? 큰 오산이다. 그는 그저 "인문계 가서 공부나 하라"는 엄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진학했을 뿐이었다. 대학교에 가서도 음악의 뜻을 저버리지 않고 락커로 변신했다. 대학 밴드로로 활동하며 음악을 했지만 아버지를 설득시키기는 역부족이었다는데.

그러던 윤형렬은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나간 KMTV 가요제에서 은상을 받게 된다. 그 이후 TV에 나오게 되고 아버지에게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300만원을 줄테니 제대로 해보라"는 아버지의 전격적인 지지를 받고 곡을 쓰기 시작했고, 자작곡으로 유재하 가요제에 나가 또 수상을 하게 됐다. 2003년도 한 해는 오로지 윤형렬을 위한 해였던 걸까. 한 번도 힘들다는 가요제에 나가 연이어 수상을 하며 그는 가수로써의 발걸음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쉽게 풀리는 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한 소속사의 가수로 들어가 앨범도 냈지만 해당 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서 활동 한 번 제대로 못했다. 그는 "앨범이 나온 가순데, 방송도 못하고 연습실에만 있었어요. 그러다가 뮤지컬 `노테르담 드 파리` 오디션에 응하게 됐죠. 정말 열심히 봤어요. 4차까지 오디션을 보고 5차 워크샵 이후 또 떨어뜨리더라구요. 당당히 합격해서 해당 공연을 하게 됐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 이후,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며 학교에 제대로 나가지 못하자 학사경고를 받고, 제적도 받자 `이렇게 더는 못 다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퇴를 했다. 그리고 본인 직업과 좀 더 연관성이 높은 단국대 뮤지컬 학사로 진학을 하게 됐다. 신인이 큰 뮤지컬 주연까지 단번에 꿰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재능을 담보로, 많은 도전을 했고 결국 많은 이들의 인정을 받게 됐다. 배우가 아니라면 뭘 했을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일 말고는 생각해 본 적 없다. 아버지는 아나운서를 원하셨고, 내 사주에 마이크 잡는 일을 하는 게 있다고 하셨는데, 결국은 이뤄졌다. 뭐가 됐든 마이크는 잡았으니"라며 재치있게 대답했다.


사진 한국경제TV MAXIM

# `동행` 콘서트
`윤형렬`하면 `동행` 콘서트라는 키워드를 또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이후 매년 빠짐없이 콘서트를 열어온 그는 수익금을 소외된 계층을 위해 사용해왔다. 2010년 군대 가며 마지막 팬미팅을 했다. 그냥 팬미팅만 하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2부에는 대학 때 밴드를 같이 했던 친구들을 불러 공연을 했다고 한다. 돈써서 좋은 세션을 쓸 수도 있었겠지만, 한 때 같은 꿈을 꾸며 밴드를 했던 지인들을 다시 불러모았다. 공연 수익금과 팬들과 함께 모아둔 돈을 합쳐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기부했다. 공익으로 근무하고 있던 터라 다음 해 2011년에도 공연을 하고 기부했고, 그렇게 시작한 콘서트가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다. 그는 "남겨서 우리가 좋자는게 아니라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도와주는 밴드 친구들도 즐거워 한다. 팬들도 본인의 티켓으로 좋은 데 쓰이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 멋쩍게 웃으며 공연 취지를 소개했다.

취지는 좋지만 매년 이어가는 것도 쉽지는 않을 터. 그는 "좋은 작품을 하고 있을 때는 많이 와주신다. 예전에 `더 데빌` 공연을 하고 있을 때는 많이 안 와주셨다. 작품 호불호를 많이 타는 것 같다. 기부 금액을 맞추기 위해 내 돈을 합쳐서 낸 적도 있었다"며 웃었다. 외모만 보면 레트 버틀러처럼 전형적인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같았지만 내 것까지 더 내어줄 줄 아는 순박한 청년이 따로 없었다. 이런 그의 행보 덕분일까. 이번에 F(x) 루나와 함께 SM 문화강연회 `THE MOMENT(더 모먼트)`의 세 번째 주자로 나선다.

그 전에도 다른 선배나 선생님들이 강연을 해달라고 부탁하면 고사했던 그였다. 누구를 가르칠 역량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부끄러웠다는데. 이번에는 그럼 무슨 각오로 강연에 나선 걸까? 그는 "개인 레슨을 2번 하면서, 누구를 가르치는데 나도 배우는 게 많더라. 루나도 뮤지컬을 많이 해서 이번 강연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 강연을 할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내가 뮤지컬 배우를 지망할 때, 정보를 어디서도 얻기가 힘들었다. 알고 싶어도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요즘이야 매체가 발달해서 정보를 얻기 쉬워졌지만. 그 심정을 잘 알기에 오프라인 상에서 궁금증을 해결해주고자 이번 강연에 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형렬은 2016년 1월 10일 서울 삼성동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내 SM타운 씨어터에서 열리는 이번 강연에서 본인의 경험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배우 지망생, 그들의 부모님을 대상으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20년 뒤 윤형렬은?
"20년 뒤의 윤형렬은 뭘 하고 있을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엄청 늙었겠다. 63살 인데 손자를 봐야지"라며 유쾌하게 대답했다. 이어 "결혼은 내년 안에는 하고 싶다. 열심히 일 하는데 왜 통장 잔고는 똑같지?"라고 되물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윤형렬은 20년 뒤에 나는 교육자의 길을 가고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나도 가족이 생기겠지. 지금보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는 사회적 현상에 따라 지금보다 경제력도 줄 것이고 할 수 있는 역할도 한정될 것이다. 뮤지컬에만 목을 메면 현실적으로 살아가는데 힘들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학위도 따고 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싶다. 필드와 교육장을 오가는 교수가 되고 싶다"며 또 다른 꿈에 대해서 소개했다.

훗날 대중들에게 그는 `계속 발전하는 게 보이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가수같은 경우도 1집부터 5집까지 늘 똑같은 가수 보다는 변화무쌍한 경우 앨범을 사고 싶어진다며, 본인도 정체되지 않고 조금이라도 변하는 배우가 되려고 한다고 열정을 드러냈다. 최근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고 3시간 내내 감동이 끊이질 않았다는 그는 40대가 됐을 때 장발장 역을 한번 맡아 보고 싶다고 했다. 그 외에도 사이코패스 역할, 로멘틱한 역할 등 가리지 않고 뭐든 도전해보고 싶다며 고갈되지 않는 무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그는 종종 드라마나 영화에서 러브콜도 받고 있는 인기 배우였지만, 정말 제대로 준비됐을 때 도전을 하고 싶다며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의 자리에서도 배울 게 많고 내공을 쌓아가고 있다는 그는, 과도한 욕심을 내진 않지만 열정적으로 본인의 자리에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슬럼프가 오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는 윤형렬은 힘든 경우 웨이트를 미친 듯이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그는 "나와의 싸움에서 지면 슬럼프를 맞이 하는 것 같다. `실수하지뭐, 망해도 돼`라고 가볍게 생각하면 실수를 안하게 되더라"고 슬럼프를 극복한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목소리와 외모 때문에 재밌는 이야기를 해도 다들 다큐멘터리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여 고민이다"는 그였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진솔한 그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잘나가는 뮤지컬 배우라고 오만하지도 않았고, 본인의 것이 아닌 것을 탐내하지도 않았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 기자가 만난 윤형렬이라는 배우, 그는 그랬다. `바람사`가 끝난 후 또 다시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아오길 바라는 바이다.

사진 한국경제TV MAXIM 윤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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