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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서울시향을 떠난다.
정 예술감독은 29일 정오께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를 만나 사의를 밝히고 서울시향 단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예술감독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 예술감독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저는 이제 서울시향에서 10년의 음악감독을 마치고 여러분을 떠나면서 이런 편지를 쓰게 되니참으로 슬픈 감정을 감출 길이 없다"며 "제가 여러분의 음악감독으로서의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 예술감독은 또 재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당초 청중과의 약속을 위해 지휘하기로 했던 내년 9차례의 정기공연도 모두 취소하고 오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된 서울시향 `합창` 공연을 끝으로 지휘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오는 31일로 계약기간이 끝나는 정 예술감독은 지난 8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예술감독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서울시향과 서울시의 설득 끝에 다시 한번 예술감독을 맡기로 했다.
그러나 재계약안 의결을 위한 서울시향 이사회를 하루 앞둔 27일 정 감독의 부인 구모 씨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서울시향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이달 중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사실이 알려지고, 28일 이사회에서 재계약안이 보류되면서 서울시향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정 예술감독은 단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제게 음악보다 중요한 게 한 가지 있으니 그것은 인간애이며, 이 인간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여러분과 함께 음악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향의 경우처럼 전임대표에 의해 인간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인간의 존엄한 존재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한 17명의 직원들을 돕는 것"도 `인간애`의 문제라며 "지금 발생하고 있고, 발생했던 일들은 문명화된 사회에서 용인되는 수준을 훨씬 넘은 박해였는데 아마도 그것은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허용될 수 있는 한국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비인간적인 처우를 견디다 못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는데 이제 세상은 그 사람들이 개혁을 주도한 전임 사장을 내쫓기 위해 날조한 이야기라고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고, 서울시향 사무실은 습격을 받았고 이 피해자들이 수백 시간 동안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아왔다"며 "수년 동안 제 보좌역이자 공연기획팀 직원인 사람은 그녀의 첫 아기를 출산한 후 몇 주도 지나지 않는 상황에서 3주라는 짧은 시간에 70시간이 넘는 조사를 차가운 경찰서 의자에 앉아 받은 후 병원에 입원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제가 여태껏 살아왔던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서울시향 단원 여러분이 지난 10년 동안 이룩한 업적이 이 한 사람의 거짓말에 의해 무색하게 되어 가슴이 아프다"며 "하지만 거짓과 부패는 추문을 초래하지만 인간의 고귀함과 진실은 종국에는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향은 이같은 정 예술감독의 결정을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당장 내년 1월 9일을 시작으로 정 예술감독을 대신할 대체지휘자를 찾는 등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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