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 누구냐? 좀 치울 수 없냐?"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이 발표된 시점에 SNS에 우후죽순처럼 올라오던 내용이다. MBC 예능의 1년을 마무리하는 시상식을 망쳐버린 레이양이 바로 그 "쟤"다.
생애 최고의 순간, 주인공이 본인이 아니라면? 지난 29일은 김구라에게 있어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든 2015년을 보낸 김구라는 생방송으로 진행된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런데 정작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대상의 주인공 김구라에게 향하지 않았다. 축하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들고 무대에 오른 현재 MBC `일밤-복면가왕`에 패널로 출연 중인 레이양에게 쏟아졌다.
레이양은 대상 받은 김구라를 축하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고 했지만, 굳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김구라의 단독 화면을 연출해 집중도를 올리고 싶었던 제작진은 앵글을 좁혔지만 소용없었다. `나 꿍꼬또 김구라 대상 받는 꿍꼬또!`라고 쓰여있던 현수막은 어느새 앞의 두 글자가 사라진 `꼬도 김구라 대상 받는 꿍꼬또!`가 돼버렸다. 레이양 본인이 화면에 잡히기 위해 현수막을 말았기 때문이다.
무대에 함께 올라 현수막을 들고 있던 복면가왕 PD는 현수막이 느슨해져 글자가 잘 보이지 않자 본인이 뒤로 가며 현수막이 좀 더 잘 보이게 하려 했다. 하지만 레이양은 그런 PD의 노력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본인의 욕심이 불러온 참사다.
논란이 일자 레이양과 소속사는 "레이양 씨가 김구라 씨와 `복면가왕`을 함께 한 인연이 있어서 대상 수상 당시 무대에 올라가게 된 것"이라면서 "신인이라 의욕이 앞서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김구라 씨에게 폐를 끼치게 돼서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시상식 현장에는 신봉선, 김형석을 비롯해 김윤석까지 `복면가왕`을 처음부터 함께한 고정 멤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양은 자발적으로 현수막을 들고 무대에 올라 논란을 일으켰다. 사실 레이양은 `복면가왕`과의 인연이 깊지도 않고 출연에 대해 시청자는 반기지도 않는 눈치다. `복면가왕`에는 최근 3~4회 정도 패널로 참가했을 뿐이다. 또한, 과한 리액션 그리고 내용과 상관없는 멘트등으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레이양이 김구라에게 사과하는 건 당연하다. 사과를 받아준 김구라의 아량이 놀랍다. 하지만 대상의 주인공을 확인하고 시상 소감을 듣고 싶어 약 4시간을 기다렸던 시청자들의 기대를 뭉개버린 레이양. 적어도 `레이양` 이 세 글자는 `2015 MBC 방송연예대상`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에게 "거슬리는 걔"로 확실하게 새겨졌다. `신인의 실수`라는 핑계로 빠져나갈 궁리를 하기보다는 시청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