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 지난 6일은 절기상 소한에 해당하는 날이었다. 소한은 정초한파라 불리는 강추위가 몰려오는 시기로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 등의 관련 속담이 있을 정도다.
과연 속담에 걸맞는 소한 추위에 일부 시민들은 이제야 제대로 된 겨울이 찾아왔다며 환영 아닌 환영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렇다 해도 지금까지 겪어온 겨울 추위에 비하면 사실 추운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과거 한파가 닥친 한반도의 모습은 어땠을까?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우리나라의 1950~80년대의 겨울 생활상을 기록한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채빙 작업이 한창인 한강(1956~1957년)
지금은 강원도, 경기도 등 수도권 윗 지방으로 가야 겨우 체험할 수 있는 빙판 얼음 낚시를 1950년대만 하더라도 한강에서 즐길 수 있었다. 사진을 보면 상당한 두께의 얼음을 채빙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제는 서울에서 보기 힘든 황소가 찍힌 모습이 이채롭다.
얼어붙은 인천항(1963년)
인천항을 개항 80년 만에 처음으로 폐항 상태로 만들었다. 바닷물이 70cm 이상 얼면서 배의 발이 묶이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선박의 정박은 물론 하역 작업도 불가한 상황이 지속됐다.
한강에서 낚시를 즐기는 노인(1964년)
한 어르신이 꽁꽁 언 한강에서 썰매 위에 앉아 낚시를 즐기고 있다. 한 쪽엔 날카로운 쇄빙 도구가, 다른 한 쪽엔 빙어를 담을 낚시 바구니도 발견할 수 있다.
대한민국 한복판에 출몰한 시베리아 추위(1981년)
우리나라 역대 최저기온을 기록한 지역은 어디일까? 철원? 대관령? 대부분 강원도 지역을 떠올리겠지만 경기도 양평이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그뿐 아니다. 최저기온 1위부터 3위의 타이틀을 갖고 있다. 1981년 1월 5일, 영하 32.6도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최저 기온을 기록했고 이날을 기준으로 4일과 6일에는 31도를 기록하며 공동 2위 타이틀을 가진 것이다. 위 사진에서 `최저` 항목에 쓰인 674가 영하 32.6도를 의미한다(1,000-674=326). 기상청 관계자는 이같은 극저온 사례에 대해 "당시 기록은 일기도만 남아있어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시베리아 고기압의 세력 확장을 그 원인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거의 역대급 한파 풍경과 비교하면 우리의 겨울철 모습이 옛날만 못해 보인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한파주의보는 단순히 수은주 눈금을 기준으로 발령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전날보다 다음날 아침 최저기온이 급격히 하강할 때 발령되는 게 바로 한파주의보다. 그리고 겨울철 빈도가 높은 뇌졸중, 심장 마비 등의 혈관 질환은 갑작스런 추위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를 안다면 올 겨울, 예년보다 덜 춥다고 방심해선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