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영화의 미덕, 영화 ‘스티브 잡스’

입력 2016-01-08 19:30  

영화 `스티브 잡스` 스틸컷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스티브 잡스’(2015). 영화 ‘잡스’(2013)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8일 오전 서울 CGV 왕십리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된 영화를 본 감상은, 압도적인 전자의 승리다. 스티브 잡스 공식 전기를 원작으로 메가폰을 잡은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감독 대니 보일, 그리고 할리우드의 실력파 각본가 아론 소킨의 조합은 성공적이었다.

스티브 잡스란 인물을 얘기할 때 과연 무엇이 더 새로울 수 있을까.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는 독단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지녔다. 또한 전문적인 기술이 없음에도 CEO로 거대한 성공을 거뒀다. 한때 동거녀와의 사이에서 나온 딸을 부정했으며, 함께 한 동료를 불손하게 대한 비정함 등도 유명한 일화다. 이상의 질박한 생애는 한국 위키 사이트에서 검색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토록 생애가 낱낱이 파헤쳐진 인간이 또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를 궁금해한다.

무엇이 더 궁금한 것일까. 영화에서 스티브 잡스 역에 분한 마이클 패스벤더의 에필로그에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 우리가 서로 소통하고 관계하는 방식, 영화를 보는 방식, 음악을 듣는 방식, 그리고 제품을 사는 방식을 모두 바꿨어요. 그런 영향을 미친 사람이라면 그의 삶을 돌아볼 가치는 있죠.”

이는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전기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이례적인 찬사를 받은 이유와도 흡사하다. 우리의 생활과 소통 방식을 바꾼 강력한 도구를 창조한 이들. 과연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들은 돈과 권력을 초월한 영향력으로 거듭났는가. 그 해석에 있어 ‘잡스’와 ‘스티브 잡스’는 관점의 차이를 보인다. 전자는 그의 생애에서 이뤄낸 업적들이 어떤 광기와 영감을 거쳤는지를 비춘다면, 후자는 그의 인간적 한계와 외로움에 천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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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거쳐간 위대한 천재들, 그들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제품, 그리고 역사적인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그 이면, 천재들이 역사적인 무대 뒤에서 아귀처럼 서로의 공을 다투고 가족과 친구를 상처 입히는 순간을 집요하게 들춘다.

영화는 1984년 매킨토시 런칭, 1988년 넥스트 큐브 런칭, 1998년 아이맥 런칭 총 3막으로 구성됐고, 각각 프레젠테이션 시작 전 40분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등장인물들은 이 짧은 시간 동안 하나같이 잡스를 찾고 이야기를 쏟아 낸다. 이 영화는 대사의 향연이다.197페이지에 달한아론 소킨의 시나리오는 120분 동안 성난 기세로 대사를 쏟아낸다. 그 끝에 관객은 아버지와 CEO의 경계에 있던 한 남자의 내면에 깊숙이 도달한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담담한 시선을 유지한다. 그의 내면의 변화는 극적인 계기 없이 세월의 풍화에 의해 서서히 이루어진다. 오로지 성공에 대한 열망만이 퇴색하지 않을 뿐이다. 그렇기에 결말부의 감동은 오히려 진하다.기승전결의 강박에 매몰되지 않고 구태여 업적에 금테를 두르지 않았다는 점. 전기 영화의 가장 중요한 미덕은 `건조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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